[Russia 포커스] 러시아, 터키·베트남·벨라루스서 700억 달러 원전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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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과 히로시마 원전 사고의 악몽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원전의 해외 수출은 활발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수요가 세계적으로 치솟는 가운데 러시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원자력 관련 회의에서 안전한 원자력을 선보였다.

세계원자력발전사업자협회(WANO)의 던컨 호손 이사는 “24년 전 WANO를 설립할 때만 하더라도 러시아의 원자력 부문은 저희가 도와줘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원전 분야에서 세계가 러시아의 도움과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라고 말했다. 로사톰(Rostam, 러시아원자력공사)이 2011년에 1330억 달러 규모로 추산하는 세계 원자력 시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줄고 셰일 가스 혁명과 대체 에너지 개발로 경쟁이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로사톰은 값싼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에 걸쳐 날로 높아지고 있어 2030년께에는 시장 규모가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로사톰의 블라디슬라프 보치코프 공보관은 “원자력에너지 수요는 줄지 않고 수요 성향이 바뀌고 있지요. 예전에 2세대 원전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가장 안전한 기술을 사용하는 원전을 원합니다. 로사톰이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이후 세계 시장에서 체결한 계약 건수를 비교해 보면 사고 이후 계약 건수가 두 배 더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원하는 상황에서 셰일 가스와 대체 에너지는 가격·안정성 측면에서 원자력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원자력 안전 기술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보치코프는 “이런 고정관념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비롯됐지만 이 사고가 오히려 안전기술 개발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그는 "러시아는 체르노빌 사고를 철저히 분석한 후 사고가 났을 때 방사능이 거주지로 절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멜트트랩(melt trap) 장치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장치는 현재 러시아 내 모든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라 며 “발전소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길 때 원자로의 중요한 부분을 냉각하는 안전 시스템”이라며 “후쿠시마 원전이 이 시스템을 갖췄더라면 세계가 일본 원전 사고 소식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는 국제 원자력 연구 분야에서 여전히 최첨단을 달린다. 연구 분야에서 나온 훌륭한 성과 덕분에 러시아는 지난 6년간 중국과 인도, 이란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원자력 기술 수출 부문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로사톰은 터키와 베트남, 벨라루스와 체결한 총 7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이행하고 있다. 아마노 IAEA 사무총장은 지난 5월 러시아를 방문해 최신 개발된 안전기술을 검사했다. 그는 칼리닌그라드 원자력 발전소 현장을 방문해 부하검사(stress test) 같은 안전점검 과정 일부를 직접 지켜본 뒤 “부하 검사는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결과를 보면 원자력 발전소의 위기 대응 능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레즈니첸코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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