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기왕성속에 알찬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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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젊은과 의욕으로 뭉쳐진 서울 「심포니에타」의 제1회발표회는 싱싱하고 알찬 것이다. 1년6개월전에 미국에서 돌아온 김몽필씨의 지휘봉 아래 마련된 이날의 첫번째 곡인 「도니젯티」는 전아하고 경쾌한 악장이 뚜렷한 구분을 보인 한편 절제된 속도에서 다채롭게 채색된 형식미를, 「북케리니」에서도 호소력이 강한 고전미를 보인다. 각악기군의 익살스런 응답과 강렬하고 점적인 대비에서 입체적인 감흥을 강조한 마지막의 「브리튼」역시 현대풍의 곡취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요컨대 이 지휘자의 음악은 감정적이고 혈기왕성하다. 그래서 지휘자가 자기 감정에 도취되는 한편 단원에 대한 냉철한 관찰력을 잃기 쉽다.
각 악기군의 소리의 「밸런스」가 어긋나고 음색이 밝지못한 원인은 바로 이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지휘자에게 남은 숙제는 뭣보다 자기감정을 억제하는 일이다. 「모짜르트」를 들려준 「소프라노」 김성애양의 노래는 세련된 기교와 「악카데미」한 창법에서 일가를 이룬 솜씨를 보인다. 특히 최고 음에서 음현과 몸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유지한 점은 이가수의 장래를 크게 기대케하는 요소라하겠다.
강석희씨의 신작 『생성69』는 전작인 『예불』에 비해 구성에서 진일보를 보이나 작품경향은 서구풍이어서 오히려 진부한 느낌이다. 그러나 뛰어난 현대 감각과 투지력을 경겸 이 작곡가는 우리 작곡계의 귀한 존재요, 따라서 그의 앞날을 기대게하는바 크다. 돈과 명예를 음악보다 앞세우는 경향이 짙어만 가는 우리 악계에 단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출발한 서울 「심포니에타」의 탄생은 곧 우리악단의 병폐를 일깨워주는 또 하나의 경종이라 할것이다.

<김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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