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장애아 형제에게도 공평한 관심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고교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영화감상반에 들었던 적이 있다. 참 감명 깊은 영화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그 중 ‘레인맨’이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암기천재 형 레이몬드와 형이 물려받은 유산을 노리고 그를 이용하는 동생 찰리의 여정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다. 영화에서 처음 찰리는 레이몬드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장애를 가진 레이몬드는 귀찮았고 그가 가진 돈과 재능을 이용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릴 적 레이몬드와의 아련한 추억과 순수한 레이몬드와의 생활을 통해 다시금 우애를 확인하고 형제애를 키워나가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현실에서도 찰리처럼 레이몬드와 같은 장애 형제를 가진 비장애 형제 아동들이 많다. 하지만 레이몬드와 찰리처럼 돈독하게 우애를 확인하고 형제애를 키워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물론 장애아동이 형제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장애라는 벽을 뛰어넘고 이에 상관없이 서로 우애가 깊은 형제지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장애아동의 곁에 있는 비장애 형제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스트레스와 갈등을 경험하곤 한다.

 한번은 장애아동의 미래를 위해 형제 아동을 낳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부모가 장애를 가진 첫 아이를 돌보지만 자신이 늙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장애아의 미래를 위해 동생을 낳아 돌보게 하려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는 참 충격적이었다. 동생이 될 그 아이도 자신의 미래라는 것이 있을 텐데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 아이의 어깨에 지어질 책임의 무게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옛말이 있다. 모든 자녀는 똑같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라는 뜻을 품고 있는 명언이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라면 꼭 이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모두 자녀로 두고 있다면 두 상황을 모두 고려하고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장애를 가졌다고 과보호하고 장애가 없으니 덜 신경 써도 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물론 아픈 아이가 더 애틋하고 안쓰러울 수 있다. 표현도 안되고 사회 적응도 안되는 아이의 곁에서 지켜주고픈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형제아이가 상처받고 깊이 아파하게 된다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인 것이다.

장보미 나사렛새꿈학교 교사

형제의 입장에서는 같은 부모 밑에 태어나서 똑같이 사랑받으면 자랄 수 있는 권리를 장애아에게 빼앗긴 상황인 것이다. 장애를 가진 형제의 존재로 때로는 세상에 떳떳하지 못하고 가정에서 마저 대접을 못 받고 치이게 되면 사회에 나가서도 많은 부적응 문제를 보이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모는 자녀에게 최대한 공평한 사랑과 관심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누구를 위한 누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형제 아동을 바라봐주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누구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니가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인식이 ‘너 때문이야!’ ‘왜 나만 이해 해야돼’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왜 태어난 것일까’라는 낮은 자존감을 형성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장애 형제아 역시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소중한 당신의 자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