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딱 어울리는 영화 '배드 컴패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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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드 컴패니'는 제목과 딱 들어맞는다. 어쩌면 제목 만도 못하다.

앤서니 홉킨스와 크리스 록 주연의 이 영화는 흔하디 흔한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이야기다. 수백만 번은 봤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통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오면 죽는다. 이번에도 역시 죽는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는 잠시 후면 냄새까지 나기 시작한다. 이것 또한 그렇다.

영화에서 홉킨스는 엄청 불쌍해 보이는 고참 CIA 요원 오크스다. 그는 핵폭탄 가방과 이를 미국 땅에서 사용하려는 테러범들의 계획과 관련된 아주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안돼 그의 파트너인 케빈 포프(크리스 록 역)가 살해 당한다.

영화가 조금은 흥행할 요소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CIA 본부에서 포프의 일란성 쌍둥이를 발견한다. 포프에게 동생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편리하기도 하다.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이 동생 역시 크리스 락이 연기한다. 거리 사정에 밝고 좀 삐딱한 성격의 동생 제이크 헤이즈는 이제 스파이 훈련을 받고 영리한 국제 무기 거래단을 속여 결국 나라를 구한다.

홉킨스는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중얼거린다. "절망적인 조짐이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그의 상사가 대답한다. "우리는 9일 내에 이 일을 성공해야 한다." 이 말에 대한 홉킨스의 대답인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작전'으로 하자는 말씀이군요"는 이 영화의 제목이 되어도 좋을 법 하다.

불안정하다

감독 조엘 슈마허는 기복이 심하다. 그는 우리에게 '의뢰인'(1994)을 선사했다. 그리고는 1995년 '배트맨 포에버'로 배트맨 시리즈를 망쳐놨다. '배드 컴패니'는 그의 수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제이슨 리치맨과 마이클 브라우닝이 쓴 시나리오의 품질은 크리스 록의 연기력과 비슷하다. 대사를 제대로 소화한 사람은 홉킨스 뿐인 것 같다. 크리스 록은 즉흥적으로 대사를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이 분명한데, 대체로 잘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편집자들은 분명히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그가 한 번에 길게 나오는 장면은 찾아볼 수가 없다. 쓸만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그가 연기한 부분들을 짜집기 했다는 것이 명확히 들어난다.

특유의 범죄자

나머지 인물들은 영화를 헤집고 다니는 크리스 록을 피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이는 사실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범죄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누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별로 상관도 없다. 하나같이 검은 옷을 입은 그들은 모두 할리우드 엑스트라 조합 동유럽 지부에서 왔다.

미국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의 개그가 가끔 부분적으로 재연되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두 알고 있듯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나오는 개그가 영화에 쓰이면 그것은 곧 죽음의 키스가 된다.

Paul Clinton (CNN) / 윤소원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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