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평검사들 뭉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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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 내부의 개혁 목소리가 집단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수.강력.형사부 등 서울지검 24개 부서 소속 수석검사들은 12일 서초동 청사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특별검사제 도입▶검찰 인사제도▶검찰의 정치 중립화 등 소위 '검찰 개혁'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검사들의 이런 집단적인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최근 외부에서 잇따라 제기된 검찰 개혁론 등과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이에 앞서 지난달 말 구내식당에서 첫 모임을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검사는 11일 "각 부가 평검사들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사동일체 원칙'등 내부 규칙이나 제도의 개선,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 등에 대한 견해도 수렴대상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참석자는 "12일에 이어 두 세번 더 모임을 갖고 자체적인 개혁방안을 확정한 뒤 서울지검 수뇌부에 집단 건의 형식으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검사들의 구두 의견 외에 그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라온 지검.지청 소속 평검사들의 의견 수십건도 논의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평검사들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대북 송금사건'에 대한 수사 유보 결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휘부 책임론도 일부 제기되고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검사는 "대북 송금사건 수사 유보에서 보듯 수뇌부가 정치권의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검찰개혁은 요원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 평검사들은 1999년 초 법조비리 파문 당시 일부가 검찰개혁을 위한 연판장을 돌린 바 있다.

국민수 대검 공보관은 "서울지검 수석검사들이 함께 밥을 먹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목적을 가진 모임이 아니다"라고 공식 해명했다.

이들의 모임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이후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시민단체.법조계 등의 검찰 개혁 논의에 당사자인 일선 검사들이 소외돼 있다는 인식이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개혁 방안을 스스로 찾아보자고 후배검사들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선배인 수석검사들이 수습방안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검 한 검사는 "'검찰개혁, 검찰개혁'하면서도 정작 검사들의 목소리는 빠져 있고 외부인들이 나서 칼을 들이대는 형국"이라며 "당사자가 수긍할 수 있어야 개혁도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평검사들이 건의하는 내용을 검찰총장에게 가감 없이 전달할 방침이지만 외부에 집단행동으로 비춰지거나 의견 전달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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