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졸업 시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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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의 졸업식이 막을 올렸다. 졸업「시즌」이 되면 교사들은 거의 모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졸업식이 무사히 끝나기를 비는 마음을 갖게된다. 몇 년 전인가 고등학교 졸업식이라 해서「밤송이 중머리」들이 담배를 물고「스크럼」을 짠 채 오색「테이프」를 목에 걸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거리를 휩쓸어 사회의 빈축을 크게 산일이 있었다. 6·25직후였다고 생각되지만 그때의 졸업식은 꼭 끝장에 가서 졸업식장이 아닌 수라장으로 변했었다.
술을 마시고 식장에 들어와 고성방가 하다가는 학교의 기물을 부수었고 심할 때는「은사」의 집으로 찾아가 소줏병을 던지기도 했었다. 따라서 교사들에게는 대견해야할 졸업식이 난리를 치르듯 불안하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요 몇년째 학교도 교사도 학생도 제자리에 돌아가 그러한 공포분위기의 졸업식은 없어지고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을, 스승은 사회에 인재를 내 보내는 기대를 갖고 졸업식을 맞고있다.
하지만 졸업식장 주위에는 아주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분별 잃은 졸업생을 가끔 볼 수 있어 빈축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를 떠나는 젊은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고작 공부할때 억눌렸던 없다면 분풀이 밖에 없다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사들에게는 이날이 흐뭇함과 섭섭함이 교차하는 날이고, 학생들에게는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날일수도 있지만 졸업식이 갖는 본래의 뜻을 다시 살펴 내일의 도약대로 삼아야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나는 졸업식 날이라고 불그스레 술에 상기한 얼굴에「카네이션」을 꽂고 거리를 헤매는 학생을 볼 때 내 학교 내 학생은 아니더라도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덜컹하는 자책감을 면하지 못한다. 올해는 또 무슨 일이 있으려나해서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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