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역사 왜곡보다 홀대가 더 큰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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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청소년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우려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한 언론사가 실시한 전국 고교생 대상 설문 조사를 인용하면서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가 정전(停戰) 60주년이라고 하나 6·25에 대한 학생들의 역사 인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아찔할 뿐이다.

 그가 말한 대로 역사는 민족의 혼이며, 역사 교육은 미래 우리 사회의 주역들에게 민족의식과 국가정체성을 마음에 새기도록 하는 숭고한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우려는 타당하며, 청소년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적절하다. 그의 말대로 역사 왜곡은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분단의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북한에 대해 우호적으로 가르치는 좌편향 교육, 좌편향 교과서는 우리 교단에서 일소되어야 한다.

 초·중·고교 교실에서 학생들은 6·25를 ‘육점이오’라고 부른다고 한다. 북침이라는 말이 ‘북한이 침략했다’의 준말 아니냐고 되묻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라는 게 교사들의 얘기다. 이렇듯 교육현장에서 역사 왜곡보다 더 큰 문제는 역사 홀대다. 이명박정부가 실시한 집중이수제 탓에 중·고교에서 한국사는 한두 학기에 몰아 가르치는 과목이 됐다고 역사학자들은 그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재미도 없고, 진도만 나가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이런 교육과정을 그대로 둔 채 학생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부터 그나마 한국사 과목이 선택에서 필수로 전환됐다. 교육당국은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젊은 층이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학습과 토론을 통해 생생하게 역사를 체험할 수 있게 교육방법과 교육과정을 바꾸는 방안에 대해 학교와 교사들이 좀 더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수능 필수과목으로 국사를 포함시키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자기 나라 역사도 제대로 모르는 세대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역사 교육의 근본 문제부터 손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