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교육 성차별 여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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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미 의회는 교육에 있어서 여성과 여학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제 9장(Title IX)'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특히 운동선수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여자 운동선수의 수는 제 9장 법이 제정되기 전에 비해 거의 5배로 증가했다. 이 법안이 제정되기 전까지 운동선수로 활동하고 있던 여고생은 3십만 명에 불과 했지만 현재는 무려 2백 78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여학생들이 30년 전과 거의 동일하게 차별당하고 있는 교육 영역 하나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라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학생들을 위한 상업이나 가사경제 같은 '직업교육' 수업을 기억할 것이다. 오늘날 '진로교육'이라고 불리는 이런 수업은 30년 전과는 그 내용이 다르다. 이 수업은 종종 매우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치며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여학생들은 손톱 페인팅과 머리 손질을 배우고, 남학생들은 자동차 정비 및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미 국립여성법률센터는 진로교육에 있어 '만연한 성 차별'을 지적하는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12개 주를 대상으로 한 심층 연구 결과, 미용술 수업의 학생 96%가 여학생들이며 육아 수업 역시 87%가 여학생들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배관과 전기, 자동차 등과 같이 봉급이 미용직의 2배가 넘는 관련 직종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90% 이상은 남학생들이었다.

이 센터는 학교들이 진로교육 프로그램에서 성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거의 취하고 있지 않아 왔으며, 이와 같은 진로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은 신(新)경제에서 소외될 처지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들은 여학생들이 진로 상담 과정에서의 편견과 불충분한 정보, 또 어떤 경우에는 성희롱 문제로 인해 전통적으로 여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수업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NN은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소재의 한 전국 진로교육 시범학교를 방문했다. 하지만 모든 컴퓨터 기술 수업에서 남학생 수가 여학생 수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네트워크 엔지니어와 설계 등 첨단 기술 수업에서 올해 학생 90명 중 여학생은 단 한명이었다.

이 학교 여학생들은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남학생만 듣는 컴퓨터 수업을 들으면 쫓겨나거나 위협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들은 또한 그들 중 상당수는 첨단 기술 수업이나 이런 수업이 제공하는 직업의 종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Kathy Slobogin - WASHINGTON (CNN)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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