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방사업 공약의 타당성 재검토는 당연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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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약속한 105개 지방사업 공약에 대해 타당성이나 경제성이 떨어지면 사업을 수정·조정한 뒤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원동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공약 가운데 사업이 지나치게 부풀려 있거나 재원소요가 불분명하게 나와 있는 게 있다”면서 “수요를 파악하고 타당성을 재검증해서 재원마련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사업 공약을 전면 재검토해 이달 말에 이행계획을 확정한 뒤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지방공약 가운데 상당수는 선거 과정에서 지역민심을 잡기 위해 약속한 선심성 사업들이다. 이런 사업들이 경제성과 타당성을 엄밀하게 따져 제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대표적이다. 조 수석이 지적했듯이 “첫 번째 타당성 보고서를 보면 어디에도 타당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덜컥 시작했다간 지역 간 갈등만 증폭시킨 채 두고두고 국가적인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크다. 공약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서 실현 가능한 사업을 추려내야 할 이유다.

 벌써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이 “공약은 아니었다”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국회답변에 대해 전북 출신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지방공약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앞으로 공약사업을 재검토하다 보면 이런 식의 잡음이 적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지역의 요구가 타당성 없는 지방공약 사업까지 추진해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공약사업을 재검토한다는 방침과 선정기준에 의연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또 차제에 이미 발표한 국정과제도 사업의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다시 점검하기 바란다. 국정과제로 선정된 공약사업들도 지방공약과 마찬가지로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진의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금 공약도 원래 약속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