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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투자자 설 자리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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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기업 H사의 영업부 직원 20여명 대부분이 지난해 주식투자를 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이후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뒤 장기침체에 접어들면서 하나둘 주식거래를 그만두기 시작했다.

현재 유일한 주식투자자인 金모(42)차장조차 "손실 폭이 커진 데다 당분간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는 생각에 요즘은 좀 쉬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부진으로 소액(개인)투자자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손실폭 확대 등으로 주식거래 규모를 꾸준히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거래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2001년 73.2%에서 지난해엔 71.7%로 줄었고, 올해는 연초부터 지난 7일까지 60.7% 수준으로 급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손해를 많이 봤다는 사실은 증권거래소 통계로 추정할 수 있다. 거래소가 최근 5백57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주가흐름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4월 종합주가지수가 최고점(937.61)을 기록한 이후 지난 7일까지 5백30개사의 주가가 떨어졌다.

평균 하락률은 41.4%였다. 같은 기간 중 반토막난 종목은 전체의 31.6%로 나타났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소액투자자들은 짧은 기간에 잦은 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 하지만 최근 약세장 속에서 이런 방법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거래도 줄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주식거래에서 온라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금액 기준)은 98년 2.9%에서 매년 급증세를 보여 2001년엔 66.6%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64.3%를 기록,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주식(현물)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소액투자자들은 주가지수 선물.옵션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국내 43개 증권사의 선물.옵션 관련 '무담보 미수채권(실질잔고가 마이너스인 계좌의 미수금)'은 5백62억원으로, 현물(2백72억원)보다 많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최근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하면서 소액투자자들은 더욱 주식투자에 나서기를 꺼린다"며 "장기투자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고, 배당소득세율(현재 16.5%) 등을 내려 소액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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