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높여라 … 고성능·친환경 타이어 경쟁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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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자동차 연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친환경 타이어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타이어의 에너지효율 등급 표시 의무화가 경쟁의 불을 댕겼다. 제품마다 성적표를 붙여야 하니 타어어 업계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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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타이어는 4월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인 ‘와트런’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올해 10월부터 2018년까지 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에 단독으로 공급된다. 회사 측은 전기차에 쓸 수 있을 정도로 연비와 소음 면에서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는 바로 맞대응에 나섰다. 연비 1등급, 제동력 2등급을 획득한 상품을 포함해 총 21개 규격의 ‘앙프랑 에코’를 앞세웠다. 이 타이어를 달면 연비가 L당 1.6㎞ 개선된다는 실험 결과도 내놓았다. 준중형 차량을 기준으로 기름을 가득 채울 경우 기존의 일반 타이어에 비해 약 80㎞ 더 주행할 수 있는 셈이다. 유럽 연비 시험 기준(NEDC)에 따르면 총 연료 소모량 중 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달한다.

 두 회사의 신경전은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1월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국내 타이어 상품 중 최초로 회전저항(연비) 1등급, 제동력 3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금호타이어는 2개월 후 같은 등급의 제품인 ‘에코윙S’를 출시하면서 전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갔다. 회사 최고위층의 관심도 대단하다. 박세창(39)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최근 새 타이어 발표 행사에 부쩍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친환경 타이어는 연비 절감은 물론이고 탄소배출량 감소에 따른 환경 개선 효과까지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타이어 경쟁은 미래 시장을 누가 선점할지를 놓고 벌이는 생존 게임”이라며 “접지력을 높이고 노면과 맞닿을 때 발생하는 열로 인한 손실(회전저항)을 줄이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해외 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미쉐린 타이어는 13일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에 있는 연구개발센터를 확장한다고 밝혔다. 미쉐린 측은 “2019년까지 6년간 기존 설비를 보강하고 최첨단 연구센터를 추가 설립할 것”이라며 “기술력을 극대화해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단기간에 개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쉐린은 1992년 세계 최초로 연비 절감형 타이어를 선보였다.

 친환경 타이어 전쟁은 원료 산업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연간 120만t 규모의 세계 부틸고무 시장은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있다. 병원에서 주삿바늘을 찔러 넣는 약병 마개에 쓰이는 것이 바로 부틸고무다. 기존 타이어의 공기 튜브보다 기체가 잘 투과되지 않기 때문에 적정 공기압 유지에 유리하다. 지난해 매출이 91억 유로(약 12조7400억원)에 달하는 독일계 화학기업 랑세스는 3일 싱가포르 주롱섬에 연간 생산량 10만t 규모의 부틸고무 공장을 준공했다. 랑세스는 기존 미국·벨기에 공장에서 생산하는 28만t으로는 수요 충족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이 공장을 지었다. 중국·인도·한국 시장을 노린 전략이다. 랑세스는 2010년부터 내년까지 한국타이어에 부틸고무를 장기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론 코맨더 랑세스 부틸고무 사업부 총괄은 “친환경 타이어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은 원료 공급사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타이어 시장의 과제는 가격이다. 일반 타이어에 비해 친환경 타이어는 20% 이상 비싸다. 정승규 KB 투자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타이어 시장이 확대되면 기술력이 뒤처지는 중국 업체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의 주력으로 성장하려면 비싼 가격과 교체 주기가 기존 타이어보다 짧은 점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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