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명승부가 펼쳐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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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SI.com의 월드컵 분석가 가브리엘 마르코티가 '91분' 칼럼을 통해 월드컵 대회 기간에 매일 매일의 경기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다.

금요일 8강에서 맞붙을 잉글랜드와 브라질의 경기는 완벽한 명승부가 될 요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양국 모두 축구 명가를 자처하는 강팀인데다가 최고 기량의 스타플레이어들이 포진해 있고 팀 컬러도 선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브라질은 승부처에선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축구 스타일을 한껏 뽐냈지만, 승리가 확실시 될 땐 다소 느슨한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전이나 코스타리카전 후반전에서의 모습을 보라.)

잉글랜드는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을 영입해 견고한 수비력을 갖추게 됐다. 데이비드 베컴이 아직까지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리오 퍼디낸드가 후방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세트 플레이와 마이클 오웬의 빠른 발을 통한 침투가 주된 공격 루트를 만들고 있다.

또 다른 8강전에서는 독일과 미국이 맞붙는다. 분명 현재 독일 팀은 과거만큼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엔스 노보트니, 메메트 숄, 제바스티안 다이슬러 등의 부상 공백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루디 펠러 감독이 이끄는 독일 대표팀은 여전히 근성있고 경험 많은 선수들이 포진돼 있어 상대팀의 실수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크리스토프 메첼더 등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던 선수들이 복귀하지만, 부진에 빠진 미하엘 발라크의 회복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프 아구스의 부상으로 고심하고 있는 미국 대표팀의 브루스 아레나 감독은 앞선 경기에서 그래왔듯 또 한번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각 팀의 필승 전략

브라질:

1. 측면 공격을 노려라. 호베르투 카를로스와 카푸가 좌·우측면 공격수 및 윙백으로 출전하게 된다. 이들이 히바우두와 호나우디뉴와 발을 맞춰 공격에 가담하게 되면 잉글랜드의 후방 수비수 4명은 수비 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게 된다.

2. 질베르투 실바를 지원하라. 브라질 대표팀 중 유일하게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훌륭히 제 역할을 소화해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미드필드 수비에 실바 혼자만을 남겨두고 모두 공격에 가담하다가 역습을 허용할 시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3. 마이클 오웬을 저지하라.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아르헨티나가 그랬던 것처럼) 오웬의 돌파를 막다가 프리킥이나 페널티 킥을 허용치 말라는 것이다. 차라리 자신의 수비 위치를 지키면서 그가 돌파를 시도하게끔 놔두는 것이 낫다.

잉글랜드:

1. 상대팀이 지나치게 볼 점유를 많이 하도록 허용하지 말라. 아르헨티나와는 달리 브라질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포지션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브라질 선수들은 크로싱 패스를 올릴 줄도 알고 중거리 슈팅 능력도 뛰어나며 수비수들에 대한 1대1 돌파 능력도 갖고 있지만, 이는 모두 그들이 볼을 갖고 있을 때뿐이다. 브라질을 상대로 지나치게 선수비-후역습 위주로 팀 전략을 세운다면 자멸할 가능성이 높다.

2. 성급한 태클은 삼가라. 주심을 맡은 라모스 리조는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에서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는 태클로 티에르 앙리에게 퇴장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잉글랜드 팀의 대니 밀스나 니키 벗, 폴 스콜스 같은 다혈질 선수들은 위험한 태클은 피해야 할 것이다.

3. 상대팀 공격수를 마크하다가 자신의 수비위치를 놓쳐서는 안된다. 스트라이커로 나설 히바우두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장을 폭넓게 쓴다. 즉 어떤 수비수가 그를 마크하던지 간에 자신의 전담 수비 위치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독일:

1. 공격이 무뎌져서는 안된다. 미국팀은 역습시 스피드가 뛰어나지만 독일팀의 후방 수비수 세 명은 그리 빠르지 못하다. 공격을 확실히 마무리 지어줌으로써 상대팀의 역습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 세트 플레이를 적극 활용하라. 독일팀은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이용한 고공 플레이에 강하고, 미국은 지금까지 조별 예선전과 멕시코전에서 공중볼 경합시 약점을 보여 왔다.

3. 미하엘 발라크의 활약 여부. 조별 예선전에선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으나 여전히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형 미드필더다. 그가 좋은 경기를 보여주어야만 독일이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미국:

1. 미로슬라브 클로제로 연결되는 패스를 차단하라.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만큼 중요하다. 다시 말해 측면과 미드필드를 봉쇄해 독일이 쉽사리 패스를 올리지 못하고 미드필드 가운데서 우왕좌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 독일 수비진의 배후로 침투하라. 단, 오프사이드는 피해야 한다. 독일은 좌우 측면에서 빠르게 돌파해 들어오는 기습공격에 약점을 보인다.

3.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의 활약 여부. 직접 득점하지는 않을지라도 페널티 구역 안에서 강한 몸싸움을 벌여 랜던 도노번이나 클라우디오 레이나 등과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돌파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주목할 선수

데이비드 베컴 (잉글랜드)

이제는 부활할 때다. 98년 월드컵에서 (부당하게) 받은 수모를 떨치고 큰 무대에서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할 때가 된 것이다. 그동안 부상으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진 못했지만 운동장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수비 쪽에 큰 보탬을 주었다. 브라질에 맞서 그만이 가진 특별한 재능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Gabriele Marcotti (CNNSI)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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