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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화 약속 깨고 시위대 기습 진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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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터키 경찰이 11일(현지시간)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이스탄불 로이터=뉴시스]

반정부 시위 사태 해결을 위해 시위대와 대화하기로 한 터키 정부가 협상일 전날인 11일(현지시간) 대대적인 기습 진압을 감행했다. 하지만 시위 사태는 더욱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은 이날 이른 오전 수백 명의 경찰 진압대가 시위 중심지인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쏘면서 시위대가 돌과 쇠파이프 등으로 구축해놓은 바리케이드를 쉽게 넘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경찰은 곧 시위대가 텐트를 치고 점령하고 있던 게지 공원 공사 현장까지 진출했다.

 후세인 무틀루 이스탄불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아타튀르크 동상과 문화센터에 걸어놓은 현수막 등을 철거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아타튀르크는 ‘터키의 아버지’라는 뜻으로 터키 공화국을 세운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파샤를 뜻한다. 하지만 경찰이 사실상 진압 작전을 벌이면서 시위대 역시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등 충돌이 일어났다.

 이날 경찰의 진압 작전은 시위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바로 전날 터키 정부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12일 시위대 일부 그룹의 대표를 만나겠다는 뜻을 표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를 ‘쓰레기’라고 부르며 강경 대응을 계속해온 에르도안 총리로서는 상당히 전향적인 결정이었던 셈이다.

 경찰 역시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광장에서 수백m 떨어진 곳으로 완전히 철수했던 터였다. 경찰 진입 당시 탁심 광장에 남아 있던 시위대 인원도 이날까지 12일 동안 이어진 반정부 시위 중 최소 수준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반나절 만에 곧바로 기습 진압에 나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게 됐다.

지금까지 시위대 사망자는 3명, 부상자는 5000여 명에 이른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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