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이 되는 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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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오고 싶은가?

국제축구연맹(FIFA)가 2002년 월드컵 본선 개최지를 극동의 두 나라로 정한다고 발표했을 때 이것은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행보로 보도됐다.

월드컵이 처음으로 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기로 된 것이었다. 양국은 가장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대회를 약속했다.

이 약속은 잘 이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관련 비용이 간과됐다.

한국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 나는 이번 월드컵에 오기 위해 저축한 돈을 탕진하고 집을 저당잡힌 팬들의 이야기를 수 없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지출의 시작에 불과하다.

언론과 팬들 모두에게 멋진 나라 일본(비용만 빼면)에 체류하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고속 열차는 대단하고 아주 효율적으로 운행된다. 그러나 스웨덴인이나 아일랜드인, 혹은 영국인들에게 말을 붙여보면 그들은 엄청나게 긴 국가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가는 데 수백 달러를 썼다고 얘기할 것이다.

그들은 내가 이 얘기를 한다고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국 팀이 탈락한다면 일말의 안도감마저 느낄 것 같다고 고백한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

잉글랜드 팬들은 베컴 등의 활약을 지켜보기 위해 일본에 왔다. 많은 사람들이 근거지로 이용하는 도쿄에서 삿포로와 오사카로 가기 위해 직행열차와 비행기를 이용했다. 게다가 2회전이 시작되면 팬들은 양국을 오가야 할 것이다.

열렬한 아르헨티나 팬들을 위해 특별히 한 마디 해야겠다. 얼마되지 않는 아르헨티나 여행객들은 고국의 체면이었다. 나는 아르헨티나-잉글랜드 전이 열리기 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온 학생 두 명을 만났다. 그들은 고국으로 돌와갔을 때 자신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학비를 지불할 수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 경기를 놓쳤을까? 그럴 리는 절대 없다. 다만 아르헨티나가 그들의 기대를 저버려서 유감이다.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호텔 숙박비, 비싼 택시비와 자동차 임대료까지 생각하면 보통 축구 팬들이 어떻게 여기서 살아남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런던의 물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누가 말했나?

아시아의 이번 월드컵 본선은 의심의 여지 없이 여러 방면에서 인상적인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그러나 현금 유출 면에서 볼 때 2006 독일 월드컵이 벌써부터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Patrick Snell (CNNSI)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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