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중·고교 스마트폰 규제 필요하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일선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이 7일 국회에 제출됐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 내에서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의 사용을 재량으로 제한할 수 있다. 권 의원은 최근 학교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특정 학생을 따돌리는 등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심각하게 지장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의 질을 높인 것은 분명하나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권 의원의 법안 취지에 동의한다. 지금도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교사의 스마트폰 수거·보관에 반발하거나 스마트폰이 학교에서 도난·분실·파손돼 분쟁이 생길 경우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 통과 후 각 시·도교육청에서 규제를 장려하면 학교 현장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은 억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지금에야 논의되는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선진국에선 이미 폭넓게 사용을 제한해 왔다. 프랑스에선 초·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 독일에선 어린이와 청소년의 휴대전화 노출을 최소화하고, 전자파를 피하기 위해 헤드셋을 사용하거나 유선전화를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핀란드는 어린이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한다.

반면에 한국 초·중·고교에선 스마트폰의 폐해를 눈 뜨고 방치해 왔다. 그 결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초·중·고 학생 30만239명을 조사한 데 따르면 6.5%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며 화내는 금단증상을 보이거나 수면시간 감소, 만성피로감 등을 호소했다. 기억력·집중력 등이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로 고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언어·발달장애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급작스레 제한하면 초기엔 반발도 클 것이다. 일시적으로 가정에서 오는 연락을 받지 못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교사들로선 학생 관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반면에 청소년들의 자기조절 능력을 증진시키는 교육효과가 기대된다. 어린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게 하자.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던 아이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자. 아이들의 인성·감성 발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강국임을 자랑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생활 편의도 확대돼 왔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폐해까지 방치해선 안 된다. 어떤 기술이든 주인공은 ‘인간’이 돼야 한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무작정 방치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야 의원들이 활발한 논의를 통해 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길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