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비즈니스 정글, 허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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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비즈니스 정글, 허브/스탠 스롤네이커 지음/정준희 옮김, 북스넷, 1만3천원

뉴욕.런던.파리.로스앤젤레스.홍콩.도쿄.시드니.상하이. 이 도시들을 흡사 이웃처럼 오가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런던의 바에서 술을 같이 마시던 친구를 뉴욕의 맨해튼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다시 만나 우아한 저녁을 먹는다. 며칠 후 상하이의 퓨전 식당에선 파리에서 온 동료와 새로운 패션 경향에 대해 담소를 나눈다.

이들은 누구인가. 문화와 비즈니스의 세계적인 중심지인 '허브 도시'에 살면서 새로운 문화와 비즈니스의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허브 사람들'이다.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하며, 출신 지역에 얽매이지 않는 글로벌 유랑민들이다.

허브 도시들은 이제 멀리 떨어진 지역별 중심지가 아니라 일정한 문화적 동질성을 가지고 시대의 중심적인 신조류를 생성해 내는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됐다. 이들 허브 도시들은 같은 나라의 다른 도시보다 문화적으로 더 유사함을 보인다.

당연히 허브 도시와 허브 사람들은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다국적 기업들의 핵심적인 마케팅 대상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허브 집단으로부터 시대를 앞서는 새로운 경향을 읽고, 허브 도시에서 세계적인 히트상품의 가능성을 검증한다.

저자는 미디어 기업인 '포천(Fortune)'그룹의 마케팅 이사로 스스로를 '허브 사람'으로 규정하고, 허브 문화를 몸소 실천하며 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저자와 가까운 친구들이거나 직장 동료, 사업상의 파트너들이다. 그는 이들과의 대화.e-메일.채팅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허브의 특징과 허브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가 꼽는 허브 문화의 세가지 요소는 일.여가.대인관계다. 그리고 이 세가지 요소를 연결하는 중심축은 '여행'과 '통신'이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한 곳의 허브에서 태어난 트렌드가 세계적인 유행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극도로 단축시켰다. 허브가 뿜어내는 영향력은 그만큼 커졌고, 허브간의 네트워크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저자는 앞서 든 기존 허브 도시들 외에 프랑크푸르트.제네바.서울.샌프란시스코 등 '제2의 허브 도시군'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한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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