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鈍刀' 야말로 중국의 이창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제7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2국
[제5보 (72~85)]
白·중국 王 磊 8단 | 黑·중국 胡 耀 宇 7단

후야오위7단은 해가 바뀌어 21세. 그러나 이 젊은이도 용맹과는 거리가 멀다. 예전의 이창호처럼 노인 냄새마저 짙게 풍긴다.

백의 왕레이8단이 72로 달아났을 때 73으로 한번 들여다 본 다음 75로 웅크린 수. 이것이 후야오위의 수다. 조훈현9단이나 루이나이웨이9단이라면 눈감고 A로 째고 나갔을 것이다.

이렇게 공격해야 미리 배치해둔 흑▲들도 제몫을 할 것이다.

그러나 후야오위는 백B의 반격이 신경쓰여 75로 웅크렸다.'둔도(鈍刀=무딘 칼)'라는 별명이 그대로 다가온다.75로 참을 때 사람들은 '참고도' 흑1, 3, 5의 강력한 절단을 예상했었다.

이 절단수는 매우 복잡해 그 변화를 다 읽기는 어렵다. 그러나 백이 흑을 잡으려는 것은 흑11에서 안된다.

A의 절단도 있어 백이 견딜 수 없다. 백에도 다른 여러가지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흑은 가볍고 백쪽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후퇴를 생각한다면 그건 흑이 아니라 백이어야 옳다.

하지만 후야오위는 77로 싸움을 거는 듯하다가 83으로 물러섰다. 아생연후 살타! 확실히 후야오위는 먹이를 보고도 흥분하지 않는 수도자의 감각을 지녔다.

수를 보고도 모른 체 덮어두던 '소년 이창호'의 모습이 떠오른다. 왕레이8단이 84로 넘어 대마를 연결하자 후야오위는 비로소 85로 끊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