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막을수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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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여름동안 검게 탄 어린이들이 거리를 메우고있다. 가을바람과함께 새학기가 시작된것이다. 입시제도가 해제된 척 여름에 놀랄만큼 체중이 늘고 키가 크고 건강해졌다.
그런데 왜 어머니들은 아침마다 학교로 떠나는 아이의 등뒤에서 마음속으로 불안을 느껴야하는가. 사위스런 생각에서 입밖에낼수는 없지만 무섭게 달리는 차들이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방학동안 해이된 신경이 다시 긴장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기쉬운 것이다. 그래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절기도 가을철이다.
각여성단체와 어머니의 모임들은 어떻게하면 입시지옥에서 아이들을 구하느냐라는 문제에서 이제는 교통사고에서 아이들을 지키자는것이 큰 문제로「클로스·업」되고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사고가 모든 사고중에 으뜸으로 반이상(64%)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자동차를 제일 많이(1천명에 4백30대) 가진 미국은 자동차1만대당 5명이 목숨을 잃는데 우리나라는 1만대당2백40명이 희생당한다(서독은21명·일본은2O명). 출근하는 30세의 아들을보고 70세의 어머니가 길조심·차조심을 열러보내는것은 단순한 모성애에서 우러나는 말이 아니다. 교통전선으로 보내는 한국어머니의 안스러움인것이다.
이처럼 높고 무서운 자동차사고의 원인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동차공업의 후진성과 교통도로의 미비등이 주요 원인이고 그다음은 교통질서와 도덕을 지키지않는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해석이다.
1만명에 2대꼴인 자동차는 어느모로나 희소가치에 속한다. 그것을 타고있는 사람이나 운전하는 사람은 자기도 의식하지않는 사이, 특권처럼 행세한다.
모든사람이 18세 이상이면 자동차면허를 가지고, 또 자기의 차를 가긴 미국과는 달리 한국의 전문직운전사는 특기에 속한다.
그 특권과 특기를 앞세우고 자동차는 마구 달리기 마련이다. 흙탕물을 튀겨도, 건더가는 사람이 꽁지가 빠지듯 뛰어가야 해도 그들은 유쾌하게 달리는 것이다. 자동차사고의 원인중 운전사의과실이 67%라는 높은 율을나타내는것으로도 짐작할수 있는것이다(차량고장14·5% 피해자과실18·3%).
15년 동안 운전을 해온 이계성씨(38)는 보행자에대한 부탁이 간절하다. 어른의 경우는 술취한사람이 제일문제지만 어린이는 길가에서 갑자기 뛰어나와 손에 땀을 쥐게하고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놀이터가 없기때문도있겠지만 노상에서 공놀이등유희도 삼가주었으면한다. 사고의 원인중 술마신사람과 횡단보도무시, 운전사가 볼수없을정도로 차 바로 앞이나 옆을 지나는 경우 제일많다.
교통사고를 없애자는 것은 어머니들뿐만 아니라 온국민의 비원이다.
차보다 보행자를 더소중히 여기는 풍조와 횡단보도와 교통질서를 지킬 수 있는 시민교육을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시켜야할 것이다. 어린이의 손을잡고 지하도나 육교근처에서 힝단보도아닌곳을 건넌다든지, 파란불이 채켜지기전에 서둘러서 건너가는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사람하나없는 시골길에서도 파란불이 켜질때까지 차가 서서 기다리는 미국이지만 어린이의 등교와 하학시간에는 학교선생과 어머니들이 건널목을 지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가한 부인을 자모회서 고용해서 제복을입히고 건널목에서 아이들을 돌보게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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