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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주변의 사물에 의미 부여하면 가치가 더 빛나고 소중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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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약 500명의 학생들이 기아체험 캠프를 시작했다. 세 끼를 굶고 식비 2만원을 기부하는 일이다. 간단히 말하면 돈 내고 밥 굶으며 고생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의미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어떤 학생을 불러서 강제(?)로 일을 시켰다. 담쟁이에게 줄 두어 바가지 분량의 퇴비를 옮겨오는 일이었다. 기숙사 정진관이 붉은 벽돌을 붙인 3층 건물인데 그 벽에 담쟁이를 올리기 위해 지난해 말에 아주 작은 묘 몇 포기를 심었다. 또 동창회 임원까지 모셨다. 그 일을 생각하고 추진한 교사가 그 학생의 아버지였는데 다른 학교로 가셨다. 그 학생에게 일부러 일을 시키고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 학생은 그 담쟁이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 전날은 학생회 부회장 학생과 함께 어느 교사가 가져온 해바라기 모종 몇 포기를 화단에 심었다. 평소 혼자 하는 일이지만 일부러 그 학생에게 물을 주도록 했다. 나중에 크게 자랐을 때 그 학생에게는 남다른 해바라기가 될 것이다.

 

천경석 온양고 교사

아름답지 않은 예도 있다. 교사들 중에는 마주쳐도 인사를 잘 안 하는 분들이 있다. 내가 먼저 인사해서 최소한의 답례는 하지만 미처 못 봐서 인사를 안 하면 아무 반응 없이 지나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저 분은 학생들이 인사를 안 하면 어떤 태도를 보일까. 또 한 가지는, 저 분의 눈에는 무엇이 보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이 되는 일에 관심을 더 갖기 마련이다. 관심을 가질 만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스토리 텔링이 성행한다. 그동안 매우 중요하거나 특별한 것들에 대해서 주로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그와 관련된 잡다(?)한 일들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려는 일이다.

또한 별로 중시하지 않았던 것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사실 그 자체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들을 찾아내서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이야기를 통해 그 대상과 더 친밀해지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모든 것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본다. 나와 내 가족 이외의 사람들도 내게 의미가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그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비싸고 좋은 것들 외에도 주변의 많은 사물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것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천경석 온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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