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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선언 의미 조명한 중앙 … 불분명한 부분 짚은 한겨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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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논리 vs 논리

대통령 방미는 동맹 의의와 한계 평가 계기

미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정서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나라다.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전방위적인 교류와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과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은 이러한 한·미 간 정서적 친밀함이 갖는 역사적 의의와 현실적 한계를 평가하는 데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두 사설은 모두 공동선언의 합의 내용과 과정에 주목해 박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단지 공동선언에 담긴 내용에 대한 평가가 다를 뿐이다. 선언 속의 구체적 항목들이 지니는 함의와 실천성, 그리고 미래 양국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인식의 틀과 평가의 방향이 다르다. 합의 내용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선언의 총론적 성과에 주목하느냐, 아니면 선언에 담긴 여러 내용들이 실제로 어떤 후속 조치나 실천을 보장하고 있는가를 세밀하게 짚어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냐에 따라서 순방 결과에 대한 평가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본 선언 vs 원자력협정 등 두루뭉술

우선 사설 제목에서부터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중앙일보는 ‘박·오바마의 한·미 동맹 미래 청사진’이란 긍정적 제목을 붙인 반면, 한겨레는 ‘한-미 정상회담의 모호한 대목, 분명히 설명해야’로 미흡한 점을 강조하는 부정적 제목을 달았다. 결국 두 신문은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으로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대한 평가에 기본적인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공동선언에 담긴 내용들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부분에서도 두 신문은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중앙일보는 조목조목 공동선언의 항목들을 짚어 가며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범세계적 이슈에서까지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등 성과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물론 ‘미국과의 협력관계 강화가 한국의 정치·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이고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다.

 한겨레는 양국 정상 간의 합의와 발언 가운데 중요한 대목에서 애매모호하게 넘어간 부분에 집중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의 관계, 한-미 원자력 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등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확실하게 짚어내지 않고 두루뭉수리로 넘어간 사안이 많다는 비판적 입장이다.

 오늘날 한·미 관계는 이제 더 이상 양국의 문제로만 제한할 수 없다. 남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주변국 전체와의 관계로 확장해 생각해야 한다. 또 기존에 정치·군사 문제에 국한돼 있던 협력의 틀이 지금은 경제·환경 등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일보는 이런 미국과의 관계 전환을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로 읽어냈지만, 한겨레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망 참여 문제나 미국의 동북아 회귀 정책 등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보는 시각 큰 틀 같지만 현안 따라 견해차

두 신문의 관점은 ‘한국에 미국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중앙일보의 사설은 우리나라가 우리의 국익을 위해 미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우리의 군사적 우방이자 경제적 협력자라는 게 중앙일보의 기본 취지다.

 한겨레 사설은 두 나라가 군사 우방이자 경제 협력자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미국이 자국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는 측면을 좀 더 강조한다.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과도하게 우리의 주권이나 국익을 침해당하는 일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만큼 한·미 관계의 현안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잣대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미세한 시각 차이 같지만, 여기서부터 모든 게 달라진다. 우리나라를 반으로 가르는 보수와 진보 논쟁, 우파와 좌파 분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견해 차이가 과연 좁혀질 수 있는 것일까. 한·미 동맹을 각자의 시각에서 평가한 사설을 읽으며 두 신문사에 물음을 던져본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