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선견에 웃는 뽕밭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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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장성=김석성기자】가뭄은 어쩌면 영농혁명을재촉하는것인지도 모른다. 어지간한가뭄엔 끄떡없는 수리답의 경우엔 몰라도 봉천 지기(천수답)의 경우엔 벼농사를 계속할것이냐 다른 농사를 지을것이냐의 판가름을 내야한다.
아무리 천수답이더라도 조상대대로 정들여 물려받은 논을 밭으로 갈아엎어버리기란 가뭄을 당하는것 못지않게 가슴아픈 일이었다.
전남장성군삼계면·북이면·삼서면일대는 이렇게 뽕밭을 만들어 가뭄과싸웠다.
장성은 갈재(노령)줄기로 메마른 밭이많다.
작년이래의 가뭄은 밭이고 논이고 뻘건 황토밭을 만들어놨다. 산높이에따라 계단처럼 도란도란 이뤄진「봉천지기」는 꼴이 논이지 가뭄때문에 산비탈이나 다를게없었다.
삼서면학성리학동부락황선욱씨(33)는 작년가뭄에 호되게 혼이나 가을들어 마을뒤 태청산아래있는 그의「봉천지기」l천4백92평을 갈아 엎었다. 논두렁을 깨어버리고 산언덕밑에 폭1미터 깊이 1미터씩 개를쳤다. 판판한 바닥에2미터씩골을 짓고 뽕나무를 한줄로 모두3천7백30그루를 심었다. 묘목대는 군에서 7할은 보조해주었으며흙은 돋우어 밭을 만드는데 1단보당 1백44킬로그램의 자조사업양곡도 도움받을수있어 큰 힘이 되었다. 1천4백92평의천수답에서 소출해본댔자 쌀10섬, 4만원꼴밖에 소득을 얻지못한다. 뽕나무는 3년만자라면 2배의수입을올릴수있다는것이다. 황씨와 함께 북이면사가리 김종남씨도 그의 천수답 1천5백평에 뽕나무3천5백70그루를심었으며 삼계면송한순씨(35)도 4백38평에1천5백그루를심었다. 장성군내에서 작년가뭄끝에 뽕나무를 심은수는 2백36호가 49정4단보를 심었다.
뽕을 심을때 가슴아파하던 마을사람들도 올가뭄엔 모두 한숨을 돌렸다. 가뭄소동이 나도 가뭄을 잘이기는 그들의 뽕나무는 탈없이 자라기때문. 어떤밭은 50센티 높이로 자랐다. 황선상씨는 『가뭄에 이런 소릴 해서는 안되었지만, 나로선 속편하게 됐다』고 가뭄을 이긴 안도감을 털어놨다. 가뭄이 지나면 마저남은 논에 또 뽕나무를 심겠다고 별렀다.
물론 정든 논을 없애고 뽕나무를 심는다는게 문젯점이 없는것은 아니다. 군 잠업계 문재선씨(33)는 『천수답을가진농민이 대부분 그논 하나밖에 없는 영세농민이기 때문에 수도작에대한 미련으로 뽕나무밭을 용기있게 만들려하지않는다』고 안타까운 사정을 말해주었다. 농민들은 아직도 3년에 한번 먹더라도 쌀농사를 지으려 한다는것. 그도리밖에 제손으로 수확한 쌀밥을 먹는 길이 없기때문이기도했다.
그러나 당국의 계산으론양잠으로 전전환(전전환)을 하는경우에단보당수확물 1만1천6백원인데비해 그면적에 보리·콩을 심을때는2천3백62원, 담배·보리를 심을때6천3백12원, 고구마·보리를 심을때4천5백78원, 보리·조를 심을때는 1천4백37원선밖에 수입을 올리지못한다는 것이다.
가뭄을 박차기위해서뽕나무를 심었다는 황씨는『쌀농사에 대한 미련만가지고 하늘만 쳐다보며살수는없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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