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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투성이 교과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교과서에서 식물에 관한「미스」가 허다히 지적되고 있다. 한글학회는 국정교과서인 「국
어」에서 밝혀냈고 동대 차종환교수는 식물학자에 의해 집필한 검인정필의 중·고교「과학」교과서에 실린 잘못된 기록의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국정「국어」>
국민학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문교부 편찬의 국어교과서가 틀린곳 투성이임이 밝혀졌다.
한글학회는 최근호「한글」지 141호를 통해무수한 오기를 지적하고 문교당국에 시정을 요구했다.
맨처음 지적된것이 식물관계로 「강낭콩」(국5학년 2학기용·중2의1), 「연못가의 난초꽃」(국4의1), 「백일홍」(국6의1, 3의1) 등.
「강낭콩」은 어느 국어사전에는 「강남콩」으로 나오며, 자음접변현상에의해 「강낭콩」으로 발음될 뿐인데 집필자의 착오가 내내 그대로 실려온다. 또 국민교 5학년2학기 국어에
나오는 「강낭콩 자주빛 꽃송이…울타리에 피었네」는 강낭콩이 아니라 까치콩이다.
초여름의일기가운데 나오는 「연못가에 난초꽃이 노랗게 피었다」는 글귀는난초가 아닌 붓꽃이라는 것이다.
같은 국민학교4학년 실과교과서 그림에도 붓꽂을 그려놓고 난초라했다. 흔히 붓꽃, 상사화, 원추리등을난초라 두루 일컫는 이도있으나교과서에선그럴수없다.
「백일홍」도 식물에 대한 분별없는 통칭이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백일초」나 「배롱나
무」의 꽃을 이르는 말인데 여기선 어느것을가리키는 것인지 알수없다는것이한글학회의 주장이다.
한글학회는 또「단둘이 승패를 가리자」(국5의2·가르자), 「없세라」(중2의2·없에라 <현대말의 없고나의뜻="감탄형">), 「부딪히다」(중3의1에네곳·국4의2에두곳·국3의1,4의1·부딪치다) 「박수를치다」(국6의2, 4의2·박수를하다)등 틀린곳을 지적하고 기타 맞춤법에 안맞는곳, 띄어 쓰기가 잘못된곳등 백여군데의 「미스」를가려내었다.

<검인정「과학」>
한반도에 고산식물이 정말 있는가? 식물학계는 지난50여년간의 정설이 돼온 이문제에 새
삼 의문을 갖고 논의를 벌이고있다. 이는 동대 차종환교수가 최근 제주도를 답사하고 한라
산정상엔 초본대가 없다고 단정한데서 비롯된것. 이에따라 모든 교과서에서 「한라산의 식물분포도」가 다시 작성돼야할것으로 보인다.
한라산은 우리나라에서 첫손꼽히는 식물의 보고. 백두산이 1천3백종 고작인데 비해 한라산은 1천5백여종을 헤아려 표본적인 산으로 지목되고있다. 바닷가에서 해발2천미터에 이르는 온산이 그대로 산표본인 것이다. 해안·평야·산야 식물이 있고, 그위쪽에열대림과 한대림이 펼쳐지며 정상부 분화구주위에는 고산식물의 풀밭까지 있는것으로 알려져왔다. 한라산정상에 초본대가 있다는 설은 1914년 일인학자 중정씨에 의한것. 요즘에도 여러 중·고교 교과서가 그의 주장을 그대로 추종한 도표를 싣고있다.
그러나 차교수는 한라산 정상에 풀만있는것이 아니라 관목도 있다는점을 착안, 사실상 초본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털진달래·시로미·눈향나무·고채목·구상나무등 1미터이하의 작은 나무가있으며 이것은 관목대에서 흔히 보는것. 또한 가시엉겅퀴·금방망이·제주범의 꼬리 등이 정상부의 대표적인 풀역시 제주도의 평지에서도 자라고 있으므로 초본대라든가 고산식물의 존재는 가당치 않다고 차교수는 말한다.
이에대해 「카톨릭」의대 박만규교수는 초본대란 성립될수없는 말이다. 그러나눈향나무·시로미 등 30여종의 고산식물이있으므로 고산식물대라고는 할수있다고 상반된 견해를 밝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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