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는 불합리한 정책 … 반드시 부작용 초래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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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에 참석한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가 30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호텔 제주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젊은 인재들이여 지금이라도 농부가 되라.”

 원자재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71) 미국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이런 주장을 펼쳤다. 30일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다.

중앙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주최하는 ‘제주 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우선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데 대해 일단 “전 세계 인구의 식량 소비량을 감안하면 비축량이 여전히 적다”고 전제했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주목할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농부의 숫자가 줄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농부의 평균 나이가 58세, 일본은 66세이며 갈수록 농부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생산자가 줄면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

 로저스 회장은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농부들이 경쟁에 직면해 고생하겠지만 적절한 영역을 찾고 효율성을 높이는 똑똑한 농부라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농업 영역은 앞으로 20∼30년간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 영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갑자기 기자들에게 “이 중에 트랙터 운전할 수 있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도 했다. 대답이 없자 그것 보라는 듯 “똑똑하고 교육 받은 사람은 많아도 농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젊은 인재가 농업에 뛰어들면 성공할 수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다음은 로저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괄호 안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다.

 -올 들어 금값이 17% 떨어졌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한 당신의 생각에 변함이 없나.

 “금값은 지난 10여 년간 쉼 없이 상승했다. 어떤 원자재도 10년간 상승만 하고 조정이 없었던 경우는 없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조정받고 있는데 조만간 견고하게 바닥을 다지고 그 뒤에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 유가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데 앞으로 유가 전망은.

 “석유 비축량이 얼마나 있는지가 앞으로 석유 가격에 관건이 될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석유를 많이 사야 할 때다(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뜻).”

 -미국에서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천연가스 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미국이나 유럽에서 천연가스는 과잉공급 상태다. 가격은 좀 더 하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3∼5년 뒤에는 공급부족 상태로 가면서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높게 보면 천연가스 가격은 2∼3배 상승할 수도 있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각종 비철금속 가격이 하락했다.

 “중국 경제는 몇 년간 성장이 둔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됐기 때문에 중국이 특별히 예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납·구리 같은 비철금속 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조만간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전반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다.

 “자연스러운 조정이다. 그래도 나는 파는 것보다는 사는 것을 선호한다(값이 떨어진 지금이 투자 기회라는 의미). 상품 가격이 계속 오르는 수퍼 사이클(Super cycle)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상승장이 멈칫했을 때 끊임없이 전망 수정이 이뤄졌다(상승장이 끝났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원자재는 이내 회복돼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것).”

 -일본이 계속 돈을 풀고 있다.

 “불합리한(absurd) 정책이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도 무제한 통화를 찍어내고 있지만 이런 인위적 경기부양 정책은 금리·환율·인플레 측면에서 반드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제주=장세정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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