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음악과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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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피아노」를 치고 그리고 또 가르치고 하는 사이에 어느덧 40년 남짓한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다.
그러나 실상, 요즘 나는 음악하기 때문에 생활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활하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것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음악도 하나의 학문이요, 예술이요, 그리고 사상이다. 작품 그 어느 것이든 간에 그 속에 깊숙이 내재하는「이디아」의 표현,「이미지」의 창조를 더듬어 항상 그 속에서 점화되는 새로운 삶과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따라서 나는 이 작업을 통해서 나를 발견해야하고 예술을 발견해야하고 그리고 그것을 젊은 벗들에게 옮겨 심어주고 더불어 즐거워하는 내가 되어야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오늘의 음악이 타락해서 우리네 생활의 중심에 도사려 크게 작용하는 것이 못되고 겨우 변두리에서 싸구려 장식「액세서리」노릇이나 하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네 음악인들 스스로의 마음과 몸가짐에 많은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음악을「생활」한다는 사람들끼리 모여 공통의 용어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이렇게 서로를 털어놓고 성실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같이할 때 우리는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누군가가 음악은 인간 이전에 하나님이 만든 것이라고 했는데 음악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다.
우리의 값진 삶을 이끌어 주는 음악, 그리고 이것을 더욱 풍성한 것으로 만드는 음악이 우리의 것이될 때 우리 모두의 삶은 더욱 보람있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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