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2005년부터 편법 상속 프로젝트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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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설립된 해외 사료사업 지주회사인 CJ글로벌홀딩스가 이재현(53) 회장의 편법 상속을 위해 세워졌다는 CJ 내부 보고서를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회사 재무팀을 동원해 CJ글로벌홀딩스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해외에서 재산을 불려 자녀들에게 물려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 회장의 개인재산 관리를 맡아온 CJ 재무2팀이 2005년 작성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문건을 증거자료로 확보했다. ‘지배구조 강화 위한 상속·증여’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는 이 회장의 딸 경후(28)씨와 아들 선호(23)씨를 각각 ‘KH’ ‘SH’라고 지칭하며 상속 재산의 투자·운용계획을 차례로 기술하고 있다. 보고서 첫머리에는 “상속 증여세율이 50%에 달한다. 별도의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희석돼 안정적으로 소유·경영권을 승계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보고서에는 “ CB와 BW를 해외 사업에서 적극 활용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먼저 홍콩에 중국 등 해외 8개국에 산재한 사료법인을 통폐합한 CJ글로벌홀딩스를 세운 뒤 금융지주사 CJ차이나홀딩스를 통해 사료법인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후 홍콩 지주사가 CB나 BW를 저가에 발행하면 해외 비자금을 이용해 2세 명의로 취득하는 방식이다. 한국 본사가 사료법인을 지원해 이익을 극대화하면 홍콩 금융지주사도 덩달아 배당과 투자수익을 얻는 구조다. 보고서에는 “국내에서 직접 중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홍콩을 경유하면 세금 면에서 불리하지만 재산증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실제 ㈜CJ는 보고서가 작성된 이듬해인 2006년 3월 아시아 지역의 사료사업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홍콩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전 CJ 홍콩법인장인 신모(57)씨가 해외재산 운용 포트폴리오를 총괄했다고 보고 신씨를 상대로 관련 내용을 캐고 있다.

◆예탁결제원 압수수색

검찰은 지난 10년간의 CJ그룹 계열사들의 외국인 주주 명부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을 압수수색했다고 27일 밝혔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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