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코스닥서 수익률 24% 기관보다 똑똑해진 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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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개미들이 똑똑해졌다. 올 들어 순매수한 종목들의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다. 단기적으로만 보면 오히려 개인의 투자 성적이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보험 같은 기관 투자자들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올해 월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의 주가 등락을 분석한 결과다.

 그간 통설은 ‘주식 시장에서 개인은 재미를 보지 못한다’였다. ‘4월에 개인이 많이 순매수한 종목들을 보면 그달에 대부분 주가가 하락했다’는 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개인이 많이 산 뒤에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봤는지, 아니면 값이 떨어져 몹시 싸진 주식을 개인이 산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코스피도 -0.9% … 기관보다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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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중앙일보는 다른 분석을 시도했다. 올 들어 매달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주가가 다음 달에 얼마나 오르내렸는지를 따졌다. 이런 식의 계산을 매달 반복해 누적 수익률을 계산했다. 4월 순매수 종목은 5월 21일 종가를 기준으로 수익을 산출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시황팀장은 “종목과 매수 타이밍을 잡는 안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했다.

인터넷 통해 정보·아이디어 공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평가한 개인 누적 수익률은 코스피 시장이 -0.9%, 코스닥은 24%였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0.8%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15.4% 올랐다. 개인들이 코스피에서는 지수와 비슷한 성적을 내고, 코스닥에서는 지수보다 좋은 실적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엔 미치지 못했다. 같은 방식으로 평가한 외국인 수익률은 코스피 6.3%, 코스닥 26.2%였다. 기관은 코스피에서 -1.85%, 코스닥에서 12.6% 수익률을 보여 개인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위원은 “기관은 오랜 기간에 걸쳐 값이 오를 주식을 찾는 곳”이라며 “평가 모델에서처럼 1달 단위 단기 투자 결과만 놓고 보면 일시적으로는 수익률이 개인에 못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센터 이사는 “올해는 개인이 선호하는 중소형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졌다”며 “개인이 기관보다 선전한 이유”라고 했다.

 개인들은 올해 상당히 방어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가가 심하게 떨어졌다 싶은 주식을 사서 수익을 올렸다. 오르는 주식을 추격 매수하고, 급락 장세에서 뒤늦게 팔아치우기 급급하던 예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4월 말에 GS건설 주가가 연초 대비 반토막 나자 이를 대량 순매수한 게 대표적이다. 이 종목은 5월에 13.6% 올랐다.

‘개인은 기관의 봉’ 속설 빗나가

 상장지수펀드(ETF)도 활용했다. 올 1월 코스피지수가 1950 아래로 떨어지자 ‘KODEX 레버리지’ ETF를 잔뜩 샀다. 코스피지수 등락의 2배만큼 수익·손실을 내는 상품이다. 지수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그럴 때 돈을 많이 벌 ETF에 투자를 한 것이다. 예상이 맞아떨어져 2월 말 코스피지수는 2020을 넘었다. 그러자 이번엔 ‘KODEX 인버스’ ETF에 개인 돈이 몰렸다. 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펀드다. 실제 그 뒤 코스피지수는 하락했다. 이선엽 팀장은 “개인의 투자 지능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을 더 많이 뒤지고, 투자 카페를 만들어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개인의 투자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매미 효과’도 개인들 성적을 높인 이유로 꼽힌다. 많은 돈을 번 펀드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큰손 개인 전업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개인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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