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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의 전위|대학연구기관을 찾아서|한국유학 총정리|성대 대학문화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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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교는 쓸모없이 낡은것이라고 생각한다. 봉건적이고 전근대적이어서 심지어 그때문에 이조는 망할밖에 없었고 한국은 낙후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공·맹자의 가르침까지 역겨워한다.
케케묵고 시대착오적인할아버지의 잔소리라고 외면한다. 듣기전에 비현실적이요 불합리한 것이라고 제쳐둔다. 이제 두메산골에서도 보기 드문 상투-바로 그 구시대의 잔재가 유학이기나 한것처럼 을씨년스레 여기는 것은 젊은층일수록 농후하다.
유학이 오늘날 비판의대상이라면 어디서부터 무엇이 그릇됐는지 따져보지않을수 없다. 적어도 그것은 우리의 전통사회를 이끌어온 바탕이요 또 1천년간 지성을 길러낸 교육의 전부임을 돌이켜보지 않을수 없다.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원장 이병찬박사) 은 우리나라에 단하나밖에없는 유학의 연구기관. 과거에유학자들이 유교운동의 근거지로 삼았던 향교가 지방에 산재하지만 이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다만 한국 사상을 연구하는 학계인사들이 이 연구원에모여 있을뿐, 소위 유림들이란 전혀 관여가없다.
청산해 버릴것과 새 의미로 섭취할것- 이를 간추리는 작업마저 이뤄지지 않았는데 황차 근대적인사고가 결여된 이들에게무슨 연구와 발전을 기대하랴.『유교에 대한 긍정적 요소의 섭취는 유교에 대한 부정적 공작이 어느만큼성취된 연후에 비로소 논의할 성질의 것』이라고연구원운영위원의 한사람인 이우성교수는 말한다. 유교는 분명히 우리 민족문학 형성에 정신적 원천을 이루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지향점을 제시할 아무런 준비도 돼있지 않는것이다.
우선 이해와 파악이 안돼있다.
전통에 대한 정리작업을 착수하지도 못한채 외내사조를 받아들이기에바빴다.
그러나 도입된 사상이란개인중심, 물질중심의 풍조요 우리사회에 그대로 적합한것은 아니다. 국가민족을위해 일하는(살신수인·의리지변)정신이 결여돼있다. 이 정신면의 보충을 위하여 대동문화연구원이 설치됐고 산적한 자료의 먼지를 터는것이라고 이교수는 그 취지를 밝혔다.
연구원은 발족 10년동안 기초 자로의 보급을 꾀해왔다. 유학이 이땅에서 독자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고려말 이후 명현의 저서를 영인출판한 것이다. 수백에 달하는 한적을 13권의 양장본으로 모아놓고논어·문학·맹자등 유학의근본을 밝힌 고전은 국역했다. 다음 단계는 「한국유학사상대계」의 편찬. 7책의 방대한 통사저술을 위하여 자료의 정리를벌이고있다.
여기엔 이병찬·박종홍·이상은박사등 국학분야의 인사들이 거국적으로 망라하여 유학에 대해 총결산할 방침이다.
또한편에선 유일한 국립대학이었던 「성균관초년사」의 편찬을 기획하고있다.
그것은 곧 한국의 교육사. 지방의 서원과 향교가있지만 이조후기에 내려와서는 교육의 의의를 잃었기 때문에 한국교육사의 줄기는 성균관에서만 이어온 셈이다.
이러한 정리를통해 유학은 오늘의 시점에서 재평가한다. 그렇다면 유학에서 부정하고 버려야할 것은 무엇일까. 도대체 이조5백년간 파당을지어 시비한 유학이란 어떠한것일까.
이교수는『유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한마디로 부정한다. 정치·사회면의 지배형태는 종교적이지만 사상내용에는 신앙의 요소가 전혀 없는 까닭이다. 대중의 기반이 없고 내세를 바라볼 신앙의 대상이 없는것이다. 지금 향교는 형식적인 제도로 남아 있을뿐, 벌써 망각지대에 놓인지오래거니와 언젠가는 자연소멸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는 생활규범은 형식적인 유교에 불과하다.
신분제라든가 관혼상제의 의식등 가장 형식적인 부분이다. 이것은 확실히 중세적이요 봉건적임에 틀림없다. 옛시대가 만들어냈던 것인만큼 오늘에 적합할리없다. 벌써 개혁을 치러야 할것인데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체제가 혁신을 단행할 계기를 마련치 못했다.
일찌기 성호나 다산같은 전진적인 유학자가 있었지만 생활규범을 고치는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과거의 낡은 규범과 유학의 기본정신은 엄밀히 분리해생각해야한다.』 이우성교수는 정신면의 새로운가치체계를 찾기위하여 유교가 지금 커다란 수술을받아야 하는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어려운 문제는 예산의 뒷받침이다. 학교측에도 유림회(재산은 거의유명무실하다)측에도 충족해주지 못하는 예산때문에 연구원 운영위원회는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지금을 놓치면 영영 못하는 사업』인 때문이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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