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소득층 관절염 치료 돕는 엄홍길 대장과 고용곤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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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왼쪽) 대장과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 함께 산을 오르며 후원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월 16일 경기도 과천 청계산에서 산악인과 의사의 뜻깊은 산행이 있었다. 주인공은 엄홍길 대장과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다. 일주일 전 엄홍길휴먼재단과 연세사랑병원이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 지원 사업을 펼치기로 협약한 게 인연이 됐다. 두 사람의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같았다. 엄홍길 대장(이하 엄)과 고용곤 원장(이하 고)에게 사업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들었다.

-치료 지원 사업을 기획한 계기는.

엄: “저소득층 어르신들이 무릎 통증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고 힘들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릎 통증이 오면 걷는 것도 힘들다. 자식·손자와 함께 산을 오르고 나들이를 하고 싶어도 언감생심이다.”

고: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 질환이다. 활동에 제약이 생겨 생활을 위축시킨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이 많다. 치료 지원 협약은 엄홍길 대장과 함께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다시 건강한 발걸음을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최고의 산악인이 무릎 건강에 관심을 가진 점이 흥미롭다.

엄: “등산은 무릎 건강과 밀접하다. 무릎은 산을 오르는 신체 하중을 모두 견뎌야 한다. 일부 산악인은 무릎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을 한다. 이들을 지켜보며 관절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관절 전문병원인 연세사랑병원 홍보대사로 인연을 맺은 이유이기도 하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다.

고: “관절 중 가장 움직임이 많은 곳은 무릎이다. 퇴행성 관절염이 많은 이유다. 관절에 붙은 연골은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 운동을 돕는다. 연골이 손상되거나 닳아 없어지면 뼈끼리 맞닿아 통증이 온다. 과거에는 퇴행성 관절염이 나이 든 사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포츠 활동에 따른 부상·교통사고 등이 늘면서 중년층에서도 흔한 질환이 됐다. 연골에는 별다른 신경세포가 없어 손상돼도 자각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방치하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 환자는 지난해 233만 명으로 4년 만에 35만 명이 늘었다.”

-줄기세포 치료 지원을 테마로 잡은 이유는.

고: “퇴행성 관절염은 가급적 자신의 무릎 연골이 남았을 때 지키는 게 중요하다.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연골을 재생시키므로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반면 최신 치료법이어서 비용 부담이 크다. 최근에는 말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도 시술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가 나왔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제대혈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카티스템)’다. 타인의 제대혈에서 추출하며 연령에 관계없이 시술할 수 있다. 연골이 거의 손상된 말기 환자에게도 효과가 좋다. 이번에 무료로 지원하는 수술이 카티스템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 질환의 치료 효과는.

고: “연구 결과가 치료 효과를 입증한다. 연세사랑병원 줄기세포 연구소가 정형외과 국제학술지 ‘더 니(The Kne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지방줄기세포로 연골을 치료했을 때 무릎의 기능과 활동지수는 각각 65%, 84% 향상됐다. PRP(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만 주사했을 때는 무릎 기능이 38%, 활동지수는 37% 개선되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발목 관절염에도 줄기세포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연세사랑병원은 2008년 5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50세 이상 발목 관절염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미세천공술을 시행하고, 대조군에는 줄기세포 주사를 함께 주입했다. 그 결과 발목 관절염 치료 시 줄기세포 주사를 함께 시행한 환자군은 환자 활동지수와 통증지수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최대 25% 향상됐다. 이 연구는 미국 의학협회지인 ‘아메리칸 저널 오브 스포츠 메디신(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됐다.”

-관절염 환자가 등산 시 주의할 점은.

엄: “우선 등산 시 전문의의 소견을 반드시 참고한다. 무릎에 부기와 통증이 없다면 가벼운 등산은 괜찮다. 등산 후 통증이 재발했다면 다리를 위로 올리고 냉찜질을 한다. 특히 등산 시 스틱을 반드시 사용한다. 스틱은 무릎에 가해지는 신체 하중을 분산시킨다. 쉬운 등산 코스에서도 필수다.”

 이민영 기자

※줄기세포 무료 수술 신청은 엄홍길휴먼재단 웹사이트(www.uhf.or.kr)에서 할 수 있다. 대상은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는 생활보호대상자(1, 2종)·차상위계층이다. 사업은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 02-2272-8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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