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진드기 의심환자 전국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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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것으로 알려진 야생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가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산·광주·제주·강원도 등 곳곳에서 야산에서 쑥을 캐거나 산나물을 채취한 여성과 텃밭 일을 한 남성 등이 잇따라 의심 증상을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강모(61·여)씨는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의심 증세를 보여 전남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SFTS를 일으키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집 진드기보다 10배가량 크며 전국의 야산·숲에 분포한다.

 강씨는 2주 전 전남 나주시 왕곡면의 야산에서 쑥을 캐고 돌아온 뒤 17일부터 고열과 구토 증상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강씨가 쑥을 캔 지역 등 활동 경로를 토대로 역학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춘천의 강원대병원에는 산나물을 캐고 난 뒤 이상 증세를 보인 50대 여성과 밭일을 하던 70대 남성이 각각 SFTS 의심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 중이다. 혈소판과 백혈구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는 증상을 보이고 있는 50대 여성은 이달 10일께 산나물 채취에 나섰다가 진드기와 같은 벌레에 물린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증세의 70대 남성도 텃밭 일을 하다가 다리가 따끔할 정도로 무엇인가에 물렸다고 의료진에게 밝혔다. 보건당국은 이들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보건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국내에서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사망했다는 확진을 받은 사례는 강원도에서 지난해 8월 숨진 박모(63·여)씨가 처음이다. 보건당국은 박씨 사망 뒤 9개월 만인 이달 21일 SFTS 확진 판정을 내렸다. 이어 16일 제주도에서 숨진 강모(73)씨도 일주일 만인 23일 SFTS에 의한 사망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24일에는 부산에서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였던 이모(69)씨가 패혈증으로 숨졌다. 지금까지 SFTS 의심 신고가 보고된 곳은 강원도와 제주·부산·광주·대구·전북·충남·충북 등이다.

춘천=이찬호, 광주=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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