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PGA 우승에, 일본 메이저 우승 묻혀 … 그래도 좋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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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형성. [중앙포토]

“(배)상문이 때문에 내 우승이 묻혀버렸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그날 새벽에 상문이의 우승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의 우승이 단 하루 만에 묻혀버린 뒷얘기를 털어놨다. 24일 전남 나주 해피니스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J골프시리즈 제1회 해피니스 광주은행 오픈에서다.

 김형성은 대회 이틀째 경기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인 끝에 중간합계 11언더파로 공동선두로 올라서 기분이 좋았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 19일 끝난 일본 PGA 챔피언십에서 최종일 9타 차를 극복하고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9타 차의 역전승은 JGTO 일반 대회에서는 타이 기록이고 메이저 대회에서는 첫 기록이었다.

 하지만 김형성의 우승 소식은 그 다음날 이른 아침에 미국에서 날아든 배상문(27·캘러웨이)의 PGA 투어(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생애 첫 우승에 빛이 바랬다. 김형성의 휴대전화에는 우승 축하 대신 “형, 어쩌나? 상문이 때문에 메이저 우승이 하루아침에 날아가버렸네”라는 위로가 더 많았다.

 김형성은 19일 밤 늦은 비행기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다음날 새벽 4시30분쯤 잠에서 깼다. “TV를 켰더니 상문이가 우승으로 치닫고 있었다.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퍼트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형성은 후배의 우승 장면을 보고 곧바로 휴대전화를 들어 문자를 날렸다. “상문아! 대박! 축하한다.” 답신이 날아왔다. ‘형, 아침에 (대회장에) 나가기 전에 우승하는 것 봤어요. 나이스! 집중력 좋아. 역시 메이저 킹이네.’

 김형성은 “내 우승보다 더 기뻤다. 정말 가슴이 찡했다. 상문이가 바쁜 틈에도 내 문자를 꿀꺽하지 않고 즉답을 보내줬다”며 웃었다.

 JGTO 진출 5년차인 김형성은 후배인 배상문과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에게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2010년(김경태)과 2011년(배상문)에 두 후배가 잇따라 JGTO 상금왕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맸다. 그 결과 그는 지난해 바나 H컵 KBC 오거스타에서 JGTO 데뷔 4년 만에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솔직히 지난주 일본 PGA 챔피언십 우승은 꿈도 꾸지 않았다. 9타 차인 데다 파71에 전장이 7327야드나 되는 난코스였다. 예를 들면 파4 홀이 오르막에 맞바람이 부는 코스인데 506야드나 됐다. 그냥 즐겁게 연습이나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욕심을 버렸더니 전반에만 29타를 쳤다. 그게 우승으로 연결됐다.”

 김형성의 올해 목표는 세계랭킹 70위 안에 들어 내년에 미국 PGA 투어에 입성하는 것이다. 김형성은 “현재 랭킹은 108위다. 70위 이내에 들면 내년에 PGA 투어 8개 대회에 초청선수로 출전할 수 있다. 내 꿈의 크기를 한국에서 일본, 그리고 미국으로 넓혀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대회 2라운드에서는 김형성과 함께 강경남(30), 김대섭(32·이상 우리투자증권) 등 3명이 중간합계 11언더파로 공동선두에 나섰다. J골프가 25~26일 대회 3, 4라운드를 매일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나주=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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