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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의사들의 윤리의식, 이대로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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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의료진의 윤리의식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사법당국에 적발되거나 고소·고발 사건으로 번진 의사·병원의 불법 행위가 한둘이 아니다. 관광객 신분으로 국내에 들어와 장기 체류하려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가짜 진단서를 떼주고, 종합병원 정신과 의사가 환자 면담 내용을 녹음해 무단 유출시키고, 성형클리닉 의사·간호사들이 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에게 모욕적 언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이들은 결국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거나 피해자나 보건당국에 의해 경찰에 고소·고발되고 말았다.

 이들 사건의 유형은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의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마비된 탓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특히 의료관광 브로커와 짜고 ‘장기간 진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의 진단서를 발급해 부당이익을 챙긴 병원·의사들은 돈과 윤리의식을 맞바꾼 셈이다. 겨우 수천만원이 탐난다고 숭고한 의업(醫業)을 ‘비자 장사’에 써먹었나.

 또 일부 의료진의 사례이긴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환자의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는 행위 역시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결여된 탓이다. 생명에 직결되지 않는 성형이나 정신질환 환자는 아무렇게나 다뤄도 된다는 건가. 의사의 무신경과 비윤리적 행위로 억울하게 2차 피해를 본 환자들은 어떻게 보상을 받나.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존엄성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여기엔 조건이 따라붙을 수 없다. 이는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본질적 특성이다. 하지만 환자는 전문가인 의사 앞에선 한없이 약한 존재다. 진료를 받을 땐 의사의 선의(善意)를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병원들은 환자권리장전을 제정해 준수하고 있지 않나. 우리는 환자를 존엄한 인간으로서 예우하는 의사와 병원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믿는다. 다만 기초 윤리의식을 저버린 일부 의사들이 전체 의료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의료는 돈으로 사고파는 여느 서비스업과는 다르다. 상업성보다는 공익성과 공공성이 앞선다. 이를 잊거나 무시하는 의사는 존재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