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에 쉬했더니 … 오보소·보솜이 흡수력 뛰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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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해외 브랜드의 비싼 기저귀가 저렴한 제품보다도 흡수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22일 “일회용 기저귀 17 종류의 가격과 성능을 분석한 결과 오보소 프리미엄, 보솜이 천연코튼, 메리즈 제품의 흡수력이 뛰어났다”고 발표했다. 군·팸퍼스·하기스·마미포코 등 해외 유명 브랜드 기저귀의 경우 높은 가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귀 17종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고 오래 사용하는 테이프형의 남녀공용 대형 제품을 매출 순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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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저귀의 핵심 기능인 흡수력은 인공소변을 이용해 ▶소변을 80mL(1회 최대소변량)씩 두 번 눴을 때 그때마다 기저귀에서 배어나 엉덩이에 묻는 소변량 ▶소변 25mL(해외 시험 기준)를 눴을 때 누자마자 기저귀에 흡수되는 정도 ▶소변 80mL를 눴을 때 기저귀가 이를 완전히 흡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기저귀가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소변량 ▶기저귀에서 소변이 새는 정도 등 5개 항목으로 자세히 평가했다. 흡수 성능이 좋지 않으면 소변이 새거나 넘칠 수 있고, 아기 피부에 소변이 직접 닿는 시간이 길어져 발진이 생길 위험이 크다.

 흡수력이 가장 뛰어난 제품은 일본 브랜드인 메리즈였다. 엉덩이에 묻는 정도, 순간 흡수율, 흡수 시간 등 모든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촉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가격(331원)이 둘째로 비싼 데다 가장 두껍고 무거웠다. 메리즈는 가장 얇은 오보소프리미엄(4.6㎜)보다 2.2㎜나 두껍고 무게도 팸퍼스드라이(27.5g)보다 16g 이상 무겁다. 국내 브랜드인 오보소프리미엄과 보솜이천연코튼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났다. 전 항목에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개당 가격도 각 224원, 239원으로 평균(265원)보다 낮았다. 보솜이천연코튼은 촉감이 좋다는 평가도 받았다.

 소변을 한 번 눴을 때 엉덩이에 묻어나는 정도는 17종이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두 번째 눈 뒤에는 최하 0.1g(메리즈·팸퍼스크루저)에서 최고 10.0g(뉴마망)까지 차이가 크게 났다. 소량의 소변을 눴을 때 순간적으로 다 흡수하는 기저귀도 다솜플러스 등 7종류나 됐지만 군·마미포코·팸퍼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경우 흡수율이 80% 미만이었다. 특히 팸퍼스베이비드라이는 60%, 가장 비싼 제품인 팸퍼스크루저는 38%에 불과했다. 반면 대량의 소변을 기저귀가 흡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팸퍼스 제품이 10초대로 다른 제품보다 월등히 짧았다. 군과 하기스 프리미어는 흡수 시간이 30초 넘게 걸렸다. 최대 흡수량과 새는 정도는 모든 기저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저귀는 대형 포장이 많다. 소비자원은 온라인 가격 비교 사이트 3곳에서 3~4팩 단위 최저가로 해당 기저귀를 구입했을 때의 평균가격을 낱개당 가격으로 환산했다. 다솜플러스가 191원으로 가장 쌌고 팸퍼스크루저가 456원으로 가장 비쌌다. 저렴한 제품이라도 순간흡수율은 비싼 제품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저렴한 다솜플러스와 보솜이소프트는 촉감이 좋지 않다는 평이었다. 사용감은 소비자 100명이 주관식으로 평가해 20명 이상이 같은 답을 한 경우만 채택했다. 큐티퀼트는 시험 제품 중 유일하게 뭉침이 있다는 소비자 평가를 받았다. 팸퍼스 제품은 향이 좋다는 평이다.

 그런데 실제 소비자 만족도는 성능 시험 결과와 달리 가격이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의 기저귀일 때 더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100명의 소비자들에게 이번 테스트 대상이 된 17개 제품을 모두 사용하게 한 뒤 만족도를 조사했다. 하기스프리미어·군·팸퍼스크루저가 1~3위를 차지했다. 인지도와 가격이 모두 높은 제품이다. 이 세 제품의 만족도 평가에 브랜드가 미친 영향은 58~65%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우수한 제품으로 꼽은 오보소프리미엄의 경우 만족도 순위가 14위에 불과했다. 브랜드가 만족도에 미친 영향은 40%였다. 소비자원 시험분석국 김동필 화학섬유팀장은 “브랜드 유명도 등 비합리적인 요소에 좌우되지 말고 객관적인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민감한 아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흡수 성능이 좋은 기저귀를 선택해 자주 갈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기저귀 가격이 포장 단위나 유통 경로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온라인 매장에서 3~4팩씩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형광증백제 등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은 모두 합격을 받았다. 특히 일본 브랜드 제품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소비자 우려를 감안해 방사성물질 잔류 여부를 따로 검사했는데 모두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정보는 공정거래위원회 ‘스마트컨슈머(smartconsumer.go.kr)’ 내 ‘비교공감’란을 통해 볼 수 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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