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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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전부터 「역사」(역사)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옛날에도 우마차 같은것에 깔려 죽는수도 있었던듯하지만 요새 신문을 펴보아서 교통사고에 대한 기사가 없는때는 퍽 드물다. 하루한건이면 오히려 적은 편이고 때로는 몇사람의 사상자가 한꺼번에 지면을 메운다.
죽어도 무방한 사람이야 어디있으랴만 누구네집 외아들 외딸 또 몇대독자가 뜻하지않은 참변을 당했다고하면 그때마다 내가 당하는듯 가슴이 더욱 섬찍하다. 그런데 일전에는 모기관소속 관용「지프」가 사람을 치어 즉사케 하고나서 그 시체를 실어다버렸다고 한다. 모기관이라는 단어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때라 어느 기관인가 하고 이 신문, 저 신문 들춰보았다.
충격적 사건이 빈발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보니 면역이 생겨서 어지간한 일에는 별 자극을 느낄줄 모르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번사건만은 너무한것같다.
운전은 안해봤지만 차를타고 시내를 달릴때면 하루에도 몇차례씩 아찔한 고비를 넘긴다. 내가 아찔할때 운전하는 이의 심장은 거의 멎을뻔했겠다고 슬쩍 살펴보면 그저 목석같이 굳어있을 뿐이다. 운전을 직업으로 삼고있는터에 그럴때마다 놀란대서야 1주일만에 냇과나 정신과에 입원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이들도 면역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을 치었다 했을 때에는 아무리 무디어진심장도 잠시 고동을 멈출 것이며 또 놀란 바람에 정신없이 뺑소니를 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치어죽인 사람을 주워다 쓰레기 버리듯 동댕이를 친 이번 운전사의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모기관의 관용「넘버」를 달았던것이 그 사람의양심을 무디게 한이유가 아니었기를 바란다.
하기야 운전사가 시체를 모시고 경찰에 자수했던들, 언론기관마다 대서특필로 보도해 보았던들 한번간사람을 되살릴수는 없을텐데, 무엇그리 잘못된 일이 있느냐고 반문을 당하는 세상이 되어가는지도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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