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기업의 실태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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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기획원은 외자도입기업체의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의 특별지시에따라 착수되는 이번 조사의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장차 차관정책이나, 대불업체에 대한 대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질수도 있으리라는 점에서 우리는 그결과를 주시하고자한다.
외자도입으로 경제건설을 촉진시킬수 있다는것은 의문의여지가 없으나 그것이 자칫 잘못하면 국가경제의 장내성장을 억압하고 통화·물가·분배등 일련의 경제운행과정에 심대한 부작용을 일으켜 경제를 오히려 교란시킬수도있기때문에 외자도입정책은 극도의 신중을 기해야할 것임은 더 말할나위도없는 일이라하겠다.
그동안 우리도 외자도입으로 많은 공장을세워 산업생산을 늘린것만은 사실이나, 지나친 의욕으로 무모할이만큼 많은외자도입을 감행한일이 없지않았던것이며 이때문에 대불의 누증이란 소망스럽지 못한 여파를 가져와, 최근에 이르러서는 산업은행의 기능마비를 재촉한 느낌이 없지않았다. 뿐만아니라 통화금융정세가 악화되고있어 재정금융정책이 「딜레머」 에빠지고있는것도 또한 외면할수없게되었다. 마찬가지로 통화가치와 고정화된 환율사이의 모순을 확대시켜 수산전망을 근본적으로 흐리게하고있는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모순들은 따지고보면 불건실한외자도입과 고율투자정책에서비롯된것이므로 이제와서는 비록 만시지탄이 있더라도 외자도입정책전반에 근본적인재검토가 가해져야할 단계에 우리가처해있음을말하는것이다.
이번 실시되는 실태조사가이런 각도에서 이루어져야할것임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이번 조사가 특히 다음과같은 점을 명쾌히 밝혀주어야하겠다고 생각한다.
첫째, 차관기업이 수입대체·수출증가라는 미명아래 허가되고 지원되었는데 사실은 그와 반대로 소비조장·수입증대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를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비록 수출증대에 기여했다하더라도 그것이 국내 소비확대와 국내에서의 포리에 따른 「덤핑」수출의 성격을 띠어 국내물자를 자극하고 국민부항을 가중시킨 결과가 되지않았는가.
세째, 차관기업의 투자가 새분야의 개척이었느냐 아니면 국내기존기업의 쇠퇴를 강요한 자본대체적인것이 아니었는가를 밝혀주기 바란다.
넷째, 차관기업제품의 가격이 국제시세에 비해 2배이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그것이 부패와 어떤관련이 있는것인가.
다섯째, 차관기업의 대불누증이 야기되고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도 밝혀주어야하겠다. 그것이 행정부의 잘못에 기인되는 것인가, 아니면 차주의잘못인가, 또는 양자의 결탁된 부패행위에따른 필연적인·소산인가를 밝혀야 할것이다.
위에서 지적한 일련의 기본적인 문제점을 이번 실태조사가 분명히 밝혀주어야만 앞으로의 외자도입정책은 합리화될 수 있는것이며 이나라 경제의 정상적인 성장과 부합하는 차관정책을 마련할수 있을것이다. 대불이 발생한다는 것은 벌써 차관정책이 잘못된것을 뜻하는것이므로 그만큼 국민부총을 가중시킨 것이다. 대불이 발생했다면 벌써 국민부담은 가중된것이며 그연실을 회복할국민경제적방법은 없는 것이다. 대불업체의 정부환수로 이미형성된 국민부담이 보상되지 않는다는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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