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공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이클 리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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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여심을 흔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설앤컴퍼니]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행복한 계절이다. 뮤지컬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작품들이 때깔 좋은 완성도를 갖추고 관객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초기작이라는 이름값으로도, 록 뮤지컬의 고전이라는 상징성으로도, 성경을 뒤집는 발칙한 상상력으로도, 초연된 지 40년이 훨씬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뮤지컬의 재미는 음악에 있다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특히 이 공연을 놓치면 안 된다. 20대 웨버의 천재성을 다시금 확인할 뿐 아니라, 록 음악이 격렬함과 더불어 품위와 서정까지 갖춘 장르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무엇보다 음악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기량이 훌륭하다. 지금껏 심심찮게 이 공연이 이뤄졌지만, 이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배우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완성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특히나 마이클 리의 ‘겟세마네’는 압권이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객석을 완벽히 장악한다. 거기에 탄탄한 상체 근육까지. 광야의 모래탑을 연상시키는 무대와 넓은 공간을 채우는 앙상블도 음악과 잘 어우러진다.

 이 작품이 품은 종교적 도발에 마음이 불편한 관객에게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 하나. ‘예수에 대한 불경죄’를 저지른 지금까지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는 달리 이번 공연은 지극히 고전적이면서 더없이 경건한 해석을 택했다. 성경이라는 텍스트를 대하는 태도가 뒤집기보다 굳히기에 가깝다고 할까. 세련된 종교극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겠다. 보수적인 기독교인이 보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예수 역으로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 후보에 동시에 오른 마이클 리와 박은태를 비교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터다. 아이돌 가수 출신 조권의 깨알 같은 재치도 공연을 빛낸다. 6월 9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정수연 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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