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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유랑의 민속』|심우성씨 생태조사 남사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명맥이 끊긴지오래인 남사당패를 찾아 7년. 주소도 없는 놀이패의 방랑길을 줄기차게 쫓아온 한 무명학도의 성과가 28일하오 서울대 시청각교실에서 공개됐다. 한국문화인류학회가 마련한 자리에서 학계에 처음 소개된 이는 심우성씨(35·서울 마포구 합정동 380의14)-홍대신문학과 출신으로 직장도 버리고 여기에만 몰두해온 터였다.
그가 확인한 남사당패의 본거지는 경기도 안성 청룡리·고양진 관사당골·양주 보광사와충남 서산 개심사 사당골·전남 강진정수사사당리등 전국에 수개처. 하지만 이미 40여년전남사당패가 자연 해산되자 본거지로부터 향방없이 떠난 이들의 뒤를 수소문해낸 것이다. 그것은 철새처럼 떠돌던 옛남사당의 생리. 「카메라」와 녹음기를 멧을 뿐, 그대로 방랑의 행각이라고 말한다.
심씨는 공주의 농가태생.
어릴때부터 농악에 흥미가컸고 그들 놀이꾼의 신원을 캐다보니 그자신 남사당광이 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의집 사랑방이 전국 남사당패의 총본거지. 아무때 찾아오든 기거할 수 있게 비워두고 있다고 한다.
남사당은 이조사회가 낳은 떠돌이 예인집단. 꼭두새(우두머리)·화주(기획재정담당)·식화주(밥을 구걸하는 담당)는 인솔진이요, 뜬쇠는 모든 놀이의 기능자. 여기에 미숙련자인 삐리와 가열(어린이)까지 합하여 행중은 45∼55명으로 구성돼 알록달록한 옷차림의 긴 행렬이 이마을 저마을로 순회공연했다. 여기 여자라면 어름사니(줄타는 여인)뿐. 하지만 그녀는 남장을 하고 삐리와 가열에게 도리어 여장을 시켰다.
그들의 놀이종목은 풍물(농악)을 비롯해 무동·버나(사발 돌리기)·어름(줄타기)·땅재주·광대탈·꼭둑각시 놀음. 경상도 지방에는 남사당과 달리 쇠때장이 패가있어 고미·사자놀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40여년 전부터 시세가 없어지자 개중에는 「걸립패」로 변모해 유랑을 계속한다. 농악을 치며 덕담과 염불을 해주는 대가로 연명하는 것이다. 송복산(60·평택) 최은창(58·평택) 김복섭(61·김천) 지동욱(62·인천)씨등이 그러하다. 그밖에 정일파(68·당진) 양도일(62·대전) 남운용(62·서울)씨등은 손을뗀 기능자들.
심씨는 스러져가고 흩어진 옛기예를 한자리에 모아 작년봄 민속극회 「남사당」을 조직했다. 지난 26일에는 제5회째 발표회를 마련해 옛기능을 재생해 많은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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