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물건 떠넘기고, 비인기 제품 끼워팔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밀어내기’란 말은 영어로 ‘푸시 세일즈(Push Sales)’ ‘푸시 전략(Push Strategy)’에서 나왔다. 영업 방식엔 밀어내기(Push)와 끌어당기기(Pull) 두 가지가 모두 있다. 밀어내기는 도매와 소매로 나뉜 유통 단계를 갖고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최종 소비자가 원하는 물량(판매 가능한 물량)보다 더 많은 제품을 중간 유통업체들이 사도록 만드는 정책을 말한다. 통상 신제품이 출시될 때나 매출이 저조할 때 실적을 올리기 위해 쓰인다. 반대되는 끌어당기기는 최종 소비자에게 어필해 도매나 소매 등 중간 유통 단계에 소비자가 제품의 취급을 요청하게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밀어내기는 수십 년간 지속돼 온 관행”이라며 “과거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밀어내기엔 세 가지 정도의 유형이 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뚜렷한 아이스크림이나 청량음료 같은 물건의 경우 성수기에 먼저 물량을 확보해 챙겨주는 대신 비수기에 안 팔릴 때 물건을 더 많이 떠넘기는 방식이 이용된다. 인기 있는 소주를 대리점에 납품하면서 비인기 브랜드인 맥주를 함께 받도록 하는 식의 비인기 제품 밀어내기도 드물지 않았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 단기간에 유통 채널에 물건을 많이 깔고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밀어내기가 일어나기도 한다.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믹스가 대표적이다.

 한 대리점주는 “실적이 아쉬운 영업사원들이 부탁을 하며 추가 물량을 넣고, 대리점주들 역시 본사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어느 정도는 이를 받아주는 풍토가 있었다”고 말했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씩 식음료 산업이 성장하던 시절에는 대리점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밀어내기를 받아주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서며 상황이 달라졌다. 밀어내기 한 물량은 본사에서 반품도 받아주지 않는다. 삥시장(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싸게 처리하는 도매시장)에서 값싸게 떨이 처리해 손해를 보거나, 소매점에 싸게 넘기거나, 자체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