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조 영화엔 동요 초긴장의 판문점서 대결 3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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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무장간첩 사건을 항의하기 위해 열리기로 되었던 24일의 판문점회담은 23일 낮에 일어난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때문에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평소 40명을 넘지 않던 서울의 기자단은 이 날 60명을 넘어 회담장소에서 착용할 기자용 완장이 모자랄 정도였다.
북괴측도 이날 따라 경비를 강화하여 회담장소로 통하는 입구에도 3명의 북괴군을 더 배치했으며, 북괴기자들은 우리기자들에게 접근할 생각을 않고 멀찌감치 몰려있었다.
「유엔」측이 생포한 간첩 김신조를 심문하는 광경을 찍은 영화와 녹음을 15분간이나 돌리자 뒷자리의 북괴측 보좌관들은 눈에 띄게 동요했다.
그러나 박중국과 두 세 명의 고급장교는 서울의 간첩사건의 내용을 알고있었음이 틀림없다는 것이 「유엔」측 장교의 이야기.
「유엔」측 발언에 답변할 차례가 된 박중국은 그가 자주 인용하는 우리 나라 속담『미친개가 달을 보고 짖는다』는 말로 시작하여 악담을 늘어놓았다.
그는 심지어「케네디」암살사건까지 들추어 가면서「존슨」도 미국인의 손에 죽는다고 광적으로 욕설을 지껄여 댔다.
이렇게 인신공격을 한참동안 퍼붓고 나서 박은 회담내용에 언급, 간첩사건을 반미·반정부투쟁이라고 멋대로 규정한 평양방송을 반복했다.
내용이 「푸에블로」호 납치사건에 이르자 박의 발언은 북괴방송과 어귀까지 일치되었다.
그러나 북괴는 「푸에블로」호를 앞으로 어떻게 한다는 방침이 서있지 않은 모양으로, 두번째 발언도 똑같은 말만했다.
「유엔」측의 1차적 항의와 북괴의 얼버무림을 내용으로 한 이 날 회담은 드물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짧게 끝나 하오 2시에 헤어졌는데 회담장소의 모든 사람들은 앞으로의 사태를 우려하여 시종 침통한 표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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