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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앞날 예년보다 수준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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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선에 뽑힌 24편을 심사위원 세사람이 각각 8편씩 나눠 읽고 거기서 한편씩을 뽑아 내기로 한것이 다음의 세편이다.
(다른 7편씩은 참고로 돌려읽고)
「완구점여인」 (오정희 작)
「새벽의 용기」 (박완후 작)
「눈물에 엉긴 새의 모습」(김영근 작)
이 세편을 두고 합평회를 가졌는데 먼저「새벽의 용기」가 작중인물들의 격에 맞지 않는 철학냄새 풍기는 대화와 주제의 희박성 때문에 떨어져 나가고「완구점여인」과「눈물에 엉긴 새의 모습」2편만 남게 되었다.
이 두편은 각각 개성적인 향기가 짙은 특이성에 있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한편을 당선작으로 뽑고 한편을 아주 떨어뜨려 버리기가 애석하여 장시간 머리를 짜낸 결과「완구점여인」을 당선작으로,「눈물에 엉긴 새의 모습」을 가작으로 결정하는데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게 되었다.「완구점여인」의 여주인공 <나>(소녀) 의 죽은 어머니와 역시 나를 반기다 2층에서 떨어져 죽은 동생 (휠 체어) 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역시「휠 체어」 에 앉아 움직이는 알지 못할 <완구점여인> 에 대한 야릇한 애정 (일종변태성욕) 으로 나타나는 미묘한 인간성의 일면을 여성적인「뉘앙스」속에 포착하고있다.
이 작자가 이부면으로 더욱더 파고들어 간다면 자기의 독특한 소설경지를 개척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눈물에 엉긴 새의 모습」도 읽는 이에게 많은 상상의 여지를 주는 매력있는 작품이다. 문장이 시적이란 말은 소설문장으로 반드시 좋다는 뜻만은 아니지만 이건 그것대로 아름답다. 다만 흠이라면 <박승희>나 그의 연인인듯한 여인이나가 다 발이 너무 땅에 붙어있지 않는 점이라 하겠다.
그밖의 딴작품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으나 전체적인 수준으로는 작년보다 약간 상승한 편이라본다.
(김동리 안수길 황순원)

<희곡|관객에 전달가능성 중시>
예년에 비해서 작품수준이 높아졌음은 희곡문학의 앞날도 그만큼 밝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예심에서 뽑힌 12편중에서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사랑도 좋지만 막차가 떠나요」(송성한) 「독종」(남향) 「박제된 인간」(김창호) 「고문관」(박량원) 의 4편이었다.「사랑도 좋지만 막차가 떠나요」는 제목이 풍기듯 두 쌍의 남녀를 경묘한 필치로 그린 풍속극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재치에 비해 단막극으로서의 구성이 무리가 있었다.「독종」은 전쟁물로서 신인답지 않게 짜임새가 있고 대사가 매끄러우나 상식에 흐르고만 안이성이 흠이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남은「고문관」과 「박제된 인간」은 모두다 버리기 아쉬운 작품이었다. 하나는 젊은 장교의 「휴머니즘」을 사실적 수법으로 추구해나간 법정극이고 다른 하나는 전위극적인 수법으로 표현한 현대인의 부조리를 그렸다. 모두가 만만찮은 실력을 보였으나 희곡이 관객에 대한 전달의 가능도를 고려했고 또 후자가 「피란데로」의 작품을 연상케 한점에서「고문관」을 뽑기로 했다.
(유치진·여석기·차범석)

<시|당선노린 유행어 피해야|산뜻하면서 세련된 격조>
본선의 자리에 오른 작품은 김정씨의 「우리의 정원」, 이덕자씨의 「목공들」, 정재우씨의 「선로여, 우리들의 평화는」, 설용훈씨의「해빙시대」, 박은씨의 「성 금요일에 죽은 병사」등 5편이었다.
그중 정재우씨의 「선로…」를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는, 첫째 이작품이 다른작품들에 비해 정리와 통일을 더많이 이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작품이 가지는 「리얼리티」도 상당한 박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걸로서는 한소품일뿐이니 작자는 계속해서 많이 노력해 그 역량의 확실함을 입증해 나가야할 의무가 있다. 정진을 바란다.
설용훈씨의 「해빙시대」는 부분적으로 빛나는 푼수로는 당선작보다도 우수한데가 있지만 전체적인 짜임새가 부족했고, 박은씨의 「성 금요일에 죽은 병사」는 시의 초점력이 박약했다.
끝으로 응모시의 일반적 결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다수의 작품이 소위신문시에 당선을 노려 일부러 노력한 흔적이 역력히 보일만큼 최근 일부시의 유행적어풍을 추수하고 있는점이었다. 그것은 철학에서 많이 쓰이는 한자어로된 추상관념어를 주로하는 일이다.
소설은 그러지 않는데 시만 유달리 이러는 것은 일본과 우리나라뿐으로 이것은 쉬이 시정돼야 할 일로 안다.

<시조>
마지막심사에까지 오른것은 5편이었다. 선자들은 마침내 「박」(김승규)을 당선작으로, 「초원」이정강과 「약주율」(김상묵)을 가작으로 결정했다.
「박」김승규는 시심과 시어가 아주 한국적인데다가 산뜻하게 세련되었으면서도 시조의 전통적 조격을 잃지않아서 좋았다. 첫수가 가장 좋았고 특히 초장은 아주 훌륭하였다. 그러나 둘째수 종장끝의 조사나, 셋째수 초장 후반과 중장의 명의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초원」(이정강) 은 새로운 시조, 그러면서도 시조의 뼈와 멋을 잃지 앓았다. 젊은 정염이 순화되어 마치 모시옷에 비치는 여인의 살결같은 정태를 잘 나타냈다.
「약주율」(김상묵)은 말을 매만지는 솜씨가 정성스러우나 언어의 비약에 대담하지 못하다. 둘째수 종장은 아주 서투르다. 이밖에「달빛환상」(김달수) 은 첫수는 상당히 좋은데②·③은 못쓸것이었고, 「해바라기」(박룡조)는 들째수는 뜻도 좋고 그래도 시조의 규격을 밟은 꼴인테 ①은 아무래도 가락이 어색하다. 사설시조·엇시조라해도 그나름의 조격은 있는 법이다.
(서정주·조지훈·김종길)

<한시|다듬어진 기승전합체제>
장원 (양규술) 은 수련이 가장 좋았다. 송인의 시에 섞어도 변별키 어렵겠다.
3·4연은 한퇴지의 구를 이용했는데「그건 졸구다.
5·6연의 「왕랑」「사녀」「휘지」「도온」으로 고쳐야겠다. '낭'자가 부적당한 때문이다. 경자도 영으로 하는게 좋겠다. 7·8연의 「무과」「활수」도 마땅치 않다. 다만 기승전합의 체제를 갖췄고 부호함이 없어 제1로 삼았다.
차석의 이승춘씨 글은 3· 4연과 5· 6연이 근근구법을 이루었을뿐이요 1·2연은 말조차되지 않았고 말구의 명자도 월운한 혐이 있다.
강신학씨는 응모자 가운데 최고령이므로 경로의 뜻을 표한다.
(성악훈)

<동화·동시|뛰어난 기교·신선한 맛|현실과 꿈 무리없이 조화>

<동화>
오세발씨의「아기중」을 당선작으로 선했다. 「아기중」은 현실과 꿈의 세계가 무리없이 잘 조화된 차원이 높은 작품이다.
문장도 나무랄데가 없으며 소재도 특이하고 주재가 명확하고 이야기의 구성이 무리가 없다. 또 재미도 있다. 「시니컬」한 대목을 「유머러스」하게 슬쩍 넘기기도 하는 솜씨가 좋았다.
가작인 한상연씨의 「대장과 아이들」은 시어린골 이들의 생태를 그린 건강한 생활동화인데 활동성도 있고 「페이소스」도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이밖에 임순중작 「무아의 기다림」은 애쓴 작품이었다. 문장은 무난하나 소재가 단조롭고 지나친 기교가 결점으로 보였다.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른 작품이었다. 앞으로의 정진을 바라고 싶다.
그리고 안향석작 「모꼬」와 조정권작 「아기바람」은 알맹이가 없는 작품들이었다. 이상 5편이 최종까지 올랐었다.

<동시>
본심에서 최후까지 남은 작품은 6편이었다. 그중에서 김행수 (본명 김행자) 작 「좋겠어요 소년은」을 당선작으로 선했다. 이 동시는 격조가 높으며 시상이 깊고 시로서의 기교도 뛰어나고 신선한 맛을 주었다. 그런데 동시에서는 삼가야할 어려운 한문어 「청라」「차일」을「담장이」이 「차양」으로 고친것에 대해 작자의 양해를 바란다.
이상문작 「호수」는 「이미지」가 아름다운 서정시 같은 감동을 주었으나 형식이라든지 내용이 안이함이 결점이었다. 그리고 오은영작 「선생님의 눈속엔」, 이서인작 「화전아이들 소식」, 김지현작 「학교가는 길에서는」, 엄성기작 「그림위에 누워서」는 모두 어느정도의 수준에 오른 작품이나 제각기 결점을 조금씩 지니고 있었다. (장수철 박홍근)

<설익은 개념나열은 금물>

<문학평론>
예선을 통과한 6편중에서 이보영씨의 「연화의 비의」(김동리 론)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겸허하면서도 면밀하게 작품의 비밀을 밝히려는 태도는 그 성숙한 문장과 아울러 씨의 존재를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다른 응모작들이 보여주는 부정확한 개념의 나열이나 설익은 지식의 과시가 없어서 더욱 좋았다.
다만 서론에서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논리적 일관성이 다소 결핍되어 있다는 결점이 있지만 이런 결점은 씨가 앞으로 글을 써내려감에 따라서 쉽사리 사라질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씨는 한정된 주제에서 결코 이탈하지 않으려는 의식과 작품이라는 신비체를 항상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을 그나름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정명환)

<음악평론>
5편의 응모작품중 안일웅씨의「한국적 음악풍토형성론」은 진정한 의미에서는 평론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음악계에 크나큰 자극을 주는 예리한 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작품이나 연주에 대한 비판이 너무도 부각되지 않아 평론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제언으로 그친감이 없지않다.
(나운영)

<미술평론>
평론은 확고부동한 사적근거와 미적기준을 뒷받침하는 학문이 전제된다. 이런 기본조건아래 작품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정치, 사회, 종교, 문학, 심리, 철학 등으로 그 시대성을 특징화한다. 때문에 평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은 그런 조건의 결핍에 있다고 하겠다.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글들은 기본자세가 결여돼있어 유감스럽다. 그런대로 김해성씨의 「민족기록화를 통해 본 한국현대화가의 자세」는 우선 명제부터 현실성을 지니고있고 전시회작품을 대상으로 논의 근거로 삼아 확실성있는 착상이기에 가작으로 뽑아봤다.
(임영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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