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서울 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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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남아의 대도시인 동경 마닐라 자카르타 그리고 방콕에 사는 나의 외국친구들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잘 알고 있다. 나는 외국친구들과 만날 때 마다 발전하는 서울을 자랑스럽게 소개했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은 동남아에서 몇몇 대도시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내가 자란 고향이 서울이라서가 아니라 다른어느나라 도시보다 좋은 점이 많으며, 또 앞으로 발전될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젊은 도시이다. 서울은 마닐라같이 항상 태풍에 시달리지도 않고 자카르타나 방콕과 같이 불결하고 멋없이 넓지도 않은 도시이다. 세계 제2의 도시라는 동경은 무엇이 좋은가! 안개와 구름에 늘가리운 도시, 지진과 지질 때문에 고층건물을 세울수도 없는 숙명적인 도시가 하나도 부러울것이 없다.
지난 해에는 AGF에서 제6회 아시아 경기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될것이라고 발표되었다. 외국친구들은 이뉴수를 듣고 과연 서울이 큰 행사를 주최할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을 가진 도시임을 알았을 것이고 서울여행의 꿈마저 지녔을 것이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쯤은 사상최대의 규모로 건설되어가는 서울의 경기장사진이 외신을 통해 소개되어야할 시기에 엉뚱하게도 서울아시아경기대회를 주최국 자신이 포기하게 될것이라는 뉴스를 들었을 것이다. 과연 서울은 아시아경기대회를 열 자격이 없는 도시인가?
종합국제경기대회를 한 도시에서 개최하려면 그도시는 여러 가지 조건을 구비하여야 할 것이다. 지리적 조건, 기후, 경기장 시설, 도시의 면모와 시민, 스포츠열 등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뿐아니라 주최국의 운동실력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떻든 70년도 아시아대회를 유치하기위해 서울을 선전할때와는 반대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서울대회가 위에 말한 모든 조건을 고려할 때 부적격하다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스스로 낙제점수를 준 것이다. 외국친구들이 서울대회포기의 뉴스를 읽으면서 서울을 비웃는 그들의 얼굴이 보이는 듯 하다.

<농구해설자·전한국대표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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