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샷 사절단' 한국경제 홍보 미국 총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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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인 52명의 경제사절단이 미국에 간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5~10일) 일정에 맞춰서다.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17명의 대기업 회장·부회장이 동행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 수장과 금융계 인사 5명도 함께 간다. 규모가 커진 건 중견·중소·여성·벤처 기업인, 노동계 인사 등 25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구색 갖추기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중소기업인을 넣으라’는 청와대 주문에 따라서다. 정부는 사절단 구성을 통해 동반성장의 메시지를 다시 강조했다.

 규모만이 아니다. 사절단의 면면은 화려하다. 오너 회장은 삼성 이 회장 등 15명에 이른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빅샷(Big Shot, 거물)’이라고 비유했다. 대통령은 세계적 기업인을 통해 북한 문제에도 건재한 한국 경제를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조 수석은 “국가 경제를 홍보하는 IR(설명회)”이라고 말했고, 한 기업인은 “병풍 효과”라고 해석했다.

 재계는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기업 총수 간담회라는 기회를 잡았다. 장소만 미국일 뿐 기업 총수의 관심사는 경제민주화 등 국내 기업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듣는 데 있다. 이건희 회장이 같은 날(8일) 열리는 박 대통령 조찬에는 가지만, 한·미 기업인 오찬 행사(한·미 최고경영자 라운드 테이블)에는 안 가는 게 그 방증이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삼성 이 회장, 정몽구(75) 현대차 회장, 구본무(68) LG 회장, 신동빈(58) 롯데 회장 등 17명의 대기업 회장·부회장이 포함됐다. 이 회장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9년 만이다. 10대 그룹 회장 중 7명이 포함돼 중량감도 역대 최고다. 정치인인 정몽준(62) 현대중공업 대주주와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53) SK 회장, 김승연(61) 한화 회장만 빠졌다.

 ‘빅샷’은 확실한 ‘병풍 효과’를 낸다. 미국은 외교적으로 한국이 부탁할 일이 많은 나라다. 경제는 좀 다르다. 현대·기아차의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은 수십만 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한 그룹 관계자는 “경제인들이 양국 간 힘의 균형 추를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목표한 한국 경제 IR을 위한 장치는 더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재권 서도산업 대표의 동행이다. 조 수석은 “개성공단은 이어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사 문제에 대한 해외 우려를 감안해 청와대가 먼저 동행을 제의했다.

 달라진 스타일도 엿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2008년 4월)에는 4대 그룹 회장이 모두 빠졌다. 이 전 대통령은 “총수는 바쁜데 책임자들이 가면 된다”고 했다. 이번엔 방미 기업인의 격이 높아지면서 8일 ‘한·미 최고경영자(CEO) 라운드 테이블’에는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을 비롯해 퀄컴·보잉 등 미국 굴지의 기업 CEO가 나온다. 여기서 GM은 한국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란 점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기업인도 미국 정치·경제계 거물을 만나 안면을 터서 나쁠 게 없다. 그러나 더 큰 기대는 8일 박 대통령 조찬이다. 이날 조찬의 전반적인 상차림은 경제 살리기, 주요 반찬은 국내 투자가 될 전망이다. 조 수석은 “투자를 결정하는 주역인 총수를 해외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투자 의욕을 주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영훈·박태희·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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