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너지위기 철저하게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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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국제 유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급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이미 배럴당 30달러에 육박, 국내 기름값의 재차 인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난방.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는 재고가 수일간에 불과해 일본에서 빌려오는 등 위기가 실감나게 다가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석유비상대책기구를 가동해 도입 유가가 배럴당 29달러선을 넘으면 2단계 에너지 비상대책을 발동할 예정이다.

사태가 급해지면 세금과 수입부과금을 내려 기름값 상승을 상쇄하고 승용차 10부제 운행과 유흥업소.백화점의 옥외 조명 제한 등 수급조정을 명령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위기 극복에는 국민의 협조가 최선인 만큼 기업.가계들도 철저한 준비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석유 수입 세계 4위에 전체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의 불안은 크다. 문제는 이제까지의 에너지 대책이 유가가 오르면 그때뿐인 전시성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이런 대응으로는 이번 에너지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석유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가격보다 수급안정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원유 비축 확대에는 소홀해 현재 국내 원유 비축량은 1백1일분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의 평균 비축량 1백14일을 밑돌고 있다.

여기에 올 겨울에는 LNG 부족으로 일본에서 차용해 오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습 한파로 소비가 늘었다고 설명하지만 가스산업 개편이 지지부진하면서 장기 계약 도입이 줄고 현물시장에 의존하다 보니 일본의 싹쓸이까지 겹쳐 혼란을 자초한 것이다.

올해 경제 안정에는 유가 문제가 최대 관건임은 물론이다. 특히 이라크전이 발발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치솟을 경우 원유수입만 한 달에 12억달러가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물가도 뛰고 성장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 지혜를 모아 고유가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절약 실천을 강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