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니 관계의 장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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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지·아후마드·샤이후」인니 국회의장 일행이 이효상 의장의 초청에 따라 닷새 동안 한국을 친선 방문하기 위해 내한하게 되었다. 「샤이후」의장의 내한은 한·인니 관계에 있어서 최초의 인니 고위지도자의 한국방문이 될 것이며 그의 내한은 곧 한·인니 관계 발전의 하나의 계기를 이루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날의 한·인니 관계는 별반 접촉이 없는 소원한 사이였다. 1955년 4월의 「반둥」회의이래 인니는 자못 친공 노선을 게양했으며 북평과는 심지어 추축 관계로까지 발전하였다. 1965년 9월 30일 「쿠데타」가 있기 직전까지의 인니·북괴와의 관계만 보더라도 「수카르노」와 김일성의 상호교환 방문이 있었는가 하면 오늘 내한한 「샤이후」의장의 바로 전임자인 「아루지·카르타위나타」는 평양을 방문(1965년 5월)하여 북괴 노선에 동조한 일도 있다. 이처럼 지난날의 한국과 인니와의 관계는 냉전적인 대립이 있었던 반면 인니의 친공 경향은 매우 심상치 않았다. 그리나 그동안 인니를 둘러싼 내외정세는 급격히 변천하였다. 주지되고 있듯이 9·30「쿠데타」와 더불어 20여년에 걸친 「수카르노」체제는 붕괴하고 인니의 새 질서가 확립되게 되었다.
인니는 종래의 친공 일변도노선을 대 선회하여 우경하기 시작했고 최근에 이르러서는 추축 관계에 있었던 북평과 외교부재의 단절상태가 되었다. 「말레이지아」와의 국교 회복을 비롯해서 인니의 동남아 인접국가와의 연대는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그에 따라 한국과의 접촉도 활발해졌으며 작년 7월 11일 한·인니간에는 총영사관 설치에 합의하여 현재 한국총영사관이 「자카르타」에 개설되고 있다. 지난 7월 「수하르토」 인니 대통령 권한 대행의 특별보좌관인 「슬라메트·다누수디르도」준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지만, 한·인니간의 접촉은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인니는 접촉이 빈번하고 영사관계가 성립돼 있다하더라도 국교관계가 정상화하지 않고 있다.
인니는 아직도 북괴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샤이후」의장의 내한을 계기로 한·인니 관계자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토대가 닦아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니 정계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질 수 있는 「샤이후」의장의 활동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니 국회는 인니의 최고기관인 잠정국민협의회에 대해서는 물론 정부 및 사회단체, 그리고 인니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인니가 중공과의 외교를 단절할 조치를 취한 바 있지만, 인니 국회는 이미 지난 6월말에 단교권고 결의안을 채택한바 있었다. 인니의 장래는 자유국가들에 자못 밝은 희망을 주고있으며 우리는 그의 반공노선이 더욱 굳어질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샤이후」의장의 내한을 충심으로 환영하며 그의 금차 내한이 한·인니 관계의 역사적 발전의 중대한 포석이 될 것을 희구하며 차제에 한·인니의 외교관계가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는 여건이 확립될 것을 요망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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