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자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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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충훈 경제기획원장관은 취임제1성에서 경제기획원의 엄무를 장기계획수립및「비전」의 제시와 집행과정의 마찰제거에 두는 한편 각기관의 통계업무를 기획원이 장악, 감독 합의 또는 협의하는 제도를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금년봄 통계법시행의 개정에 따라 통계의 일원화를 기하였던 것이나 실질적으로는 정부통제의 감을 주었다. 이를 전후하여 중요 경제통계의 발표가 지연내지 누락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심지어는 조작되고 있다는 풍설마저 돌았으며 서로 상충하여 통계의 문외한으로서도 납득할수 없는 것도 적지않았다.
통계의 생명이라 할만한 정확성과 신뢰성이 심히 의심 받게 되었을뿐 아니라 통계를 발표하는 정부 스스로도 이를 기초로하여 중요경제정책을 수립하기가 곤란한 지경에 이르지않았나 추측된다. 박 기회원장관의 취임제1성이 이에관한 것이었다는 것은 정확한 통계의 필요성을 그만큼 뼈저리게 느낀 탓이며,통계의 타락이 주로 일원화를 빙자한 정부의 간섭과 왜곡으로 인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박 대통령도 경제기획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통계의 위신을 조속회복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정부의 모든 시책이 통계를 기초로 하는때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부정확성과 신뢰성의 추락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가를 표시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각조사기관의 유사한 조사대상에 대한 조사결과가 통계상의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어 다시금 통계일원화의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들면 한국은행과 통계국의 물가지수 사이에 차이가 있고,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의 산업생산지수간에도 큰 간격이 있다. 한국은행의 지수에 의하면 지나8월중에6.7%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데 비하여 산업은행의 그것은 2.4%증가한데 불과하다. 그러나 이와같은 차이는 조사자체가 정확하지못하였기 때문일수도 있고 조사대상 조사방법상의 차이에서 나오는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다. 따라서 이와같은 차이가 생긴다는 것은 각조사기관이 더 정확한 조사를 실시하는데 자극이 될뿐아니라 이용자로서는 자기의 이용목적에 부합하는 조사방법을 택한 통계를 선택할수 있다는 장점마저 있다할 것이다. 그리 중요하지않은 대상을 중복조사 함으로써 자금과 인원의 낭비를 피하도록 조사기관이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조정할 필요성은 언제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른바 통계일원화의 구실이되어 획일적으로 한가지 대상에 대하여는 한가지 통계로 국한하며 나아가서는 통제와 간섭으로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회복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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