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에만 관심…혁신 신약 가치인정에는 인색"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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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김진호 이사장

국내 제약업계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잇따른 정부정책 변화가 원인이다. 일괄 약가인하로 예전보다 수익이 줄었다. 의약품 리베이트 논란으로 마케팅 활동도 위축됐다. 여기다 비용·효과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해외에 기반을 둔 다국적제약사에게도 부담이다.

지난 1월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업체의 모임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수장을 교체했다. 주인공은 한국GSK(글락고스미스클라인) 김진호 사장(사진)이다. 그는 영진약품 창업주인 고(故) 김생기 회장의 차남이면서 다국적제약기업 한국법인에서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국내외 제약환경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에게서 KRPIA의 향후 행보와 국내 제약산업 발전방향에 대해 들었다.

- 국내 제약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지금까지 아무리 경제가 나빠도 제약산업에 까지 영향이 크게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엔 제약산업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

“의약품 리베이트 논란, 신약개발 가치 인정, 약가제도 등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 먼저 제약산업 마케팅 활동은 의약품 정보를 의료계에 잘 알려서 환자에게까지 혜택이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다. 의료정보 전달체계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쌍벌제 등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잘못된 부분은 빨리 고쳐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강화하면서 혁신 신약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인색하다. 국내 신약 약가는 OECD 평균 40%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은 몰라도 이런 식으로 가면 나중에는 신약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다. 정부·의료계·산업계와 충분히 대화하면서 균형을 맞춘 약가제도로 개선해야 한다.”

- 정부에서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제약산업 육성에 앞장서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글로벌제약사는 신약 R&D를 할 때 많은 부분을 외부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한국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약효와 안전성 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비용 효과적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만약 나에게 10년이라는 시간과 10억 달러라는 자금이 있다면 혁신신약을 멋지게 개발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신약 개발에 성공하느냐다. 기업인 이상 생존을 위해서는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성장하고 더 좋은 신약을 계속 개발할 수 있다. 혁신신약은 제약산업 성장을 위한 기본적인 기반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2020년 글로벌 7대 제약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진호 KRPIA 이사장은 "국내 제약업체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다국적협회라는 단어가 싫다. 다국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해외에 기반을 둔 제약사들의 모임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협회는 제약산업에서도 R&D·리서치 중심인 업체가 중심이다. 다국적제약사 뿐만이 아니라 국내제약사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 협회이름을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신약개발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도 많이 한다. 협회 회원사가 최근 4년간 국내에 투자한 금액이 8000억원이 넘는다.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앞장 설 예정이다. 당장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신약개발 경험 노하우를 소개하면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돕는다. 그만큼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신약개발 위험부담을 낮춘다는 의미다. KRPIA가 국내 제약산업 글로벌화를 위한 연결고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제약산업은 수요에 맞춰 R&D가 따라간다. 예를 들어 암을 생각하면 쉽다. 한국은 간암이나 위암 환자가 많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반면 서양은 피부암이 많다. 이런 이유로 국내 제약업체는 위암·간암 치료제 개발에는 적극적이지만 피부암에 크게 관심이 없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는 피부암 관련 치료제 개발에 집중한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와 다른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의약품 시장은 점점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도 이에 맞춰 이뤄진다. 한국 제약산업에서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중국·일본 식약청과 협력해 서로 임상결과를 인정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으면 더 좋다.”

- 앞으로 포부는.

“우선 정부와 함께 한국이 세계 7위 제약강국으로 발돋움하도록 협력할 것이다. 국내 제약업체와도 단순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단순히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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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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