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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해외칼럼

중국 움직여 북한 견제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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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교수
전 주한 미국대사

최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의 내부 정치지형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그렇지 않다. 케리의 방중을 정당화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만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가 최근 북한 ‘위기’와 관련해 비판받을 일이 있다면 그것은 중국에 ‘너무 많이’가 아니라 ‘너무 적게’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많은 이론에는 공통점이 있다. 북한이 붕괴해 난민이 대량 유입되는 것을 중국이 무엇보다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동북지방의 미묘한 소수민족 문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모든 문제에 단일한 관점을 지닌 집단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다른 현대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는 많은 이슈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들이 존재한다. 베이징에는 밤낮으로 북한 난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베이징·상하이 등지에는 북한이 주기적으로 유발하는 고질적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를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博鰲) 아시아 포럼’에서 적절하게 표현한 바 있다.

 “누구도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위해 한 지역이나 세계를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시 주석의 발언은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는 것이 분명하다. 이상하게도 중국에서 북한 문제는 대내문제, 즉 내정에 속한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은 많은 중국인이 이를 위해 싸우고 죽어간 역사적 맹방이라는 데 있다. 둘째, 중국 내에서는 자국 정치 체제의 미래와 경제 관계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붕괴하면 이 같은 논쟁의 전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중국인의 우려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붕괴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고 중국의 이익에는 배치된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같은 강경파의 제로섬적인 사고방식은 미국 싱크탱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부 중국인은 묻는다. 한반도가 한국에 의해 통일되는 경우 게임의 규칙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압록강변의 국경에 미군 기지와 군대가 들어서는 것을 보게 될 것인가? 아니면 정보 수집을 위한 청음초소가 국경에 줄을 이을 것인가? 물론 대다수의 지각 있는 미국인은 그런 식의 배치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로 본다. 하지만 중국의 안보전문가들은 이를 걱정한다. 실제로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양자 대화는 깊이도 후속 조치도 없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양국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논의하고 싶어 한 일이 없다. 하지만 만일 그런 회담이 좀 더 자주, 진지하게 열린다면 이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극복하는 데 진전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 케리의 주된 임무는 양국 간의 전략적 불신을 줄이는 노력을 시작하는 데 있다. 이런 불신이야말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측 모두 당면 이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하기 어려운 일이다. 중국과의 공식 회담은 수많은 이슈를 애써 헤쳐나가는 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중과 우선순위는 미국 측의 모토가 되어야 한다.

 케리의 첫 방중은 전략적 불신을 줄이는 방향의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이후 규칙적인 패턴의 전화통화와 추가 방문이 뒤따라야 한다. 그 목적은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김정은은 업적이 뛰어나거나 지혜가 돋보이는 지도자는 아니지만 미·중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도록 하는 촉매가 될 수는 있다. ⓒProject Syndicate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교수 전 주한 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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