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북한 사설

개성공단 되살리려는 노력 필요한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개성공단 체류 남측 인원들이 오늘 모두 귀환할 예정이다. 지난 주말 공단 기업체 근로자 120여 명이 귀환한 데 이어 오늘 귀환하는 사람들은 공단 관리위원회와 한국전력공사 및 토지공사 등 공단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전문인력들이다. 이에 따라 개성에 공급되는 전력과 용수 등도 중단되게 됐다. 이대로 한두 달만 지나면 기계와 설비가 망가진다고 한다. 공단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단을 되살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이자 통일의 밑거름이라던 개성공단이 최종적으로 폐쇄의 위기에 처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책임은 공단을 남측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한 북한에 있다. 2009년 일시적으로 남측 근로자들의 통행을 제한해 공단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던 북한이 올해는 아예 북측 근로자들을 전면 철수시켜 공단을 멈추게 만들었다. 나아가 공장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는 남측 근로자들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 공급마저 차단함으로써 결국 정부가 남측 인원의 전원 귀환을 결정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측은 “막대한 손해와 피해를 볼 것은 남측이며 우리는 밑져야 본전” “서울을 더 바투 겨눌 수 있게 되며 남진의 진격로가 활짝 열려 조국통일대전에 더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망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측이 거듭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단 체류 남측 인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귀환 결정을 내린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렇더라도 전격적으로 모든 인원을 한꺼번에 귀환시킨 데엔 의문이 남는다. 북한의 위협에 맞불을 놓기 위한 기세 싸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개성공단이 결국 사라져 버릴 경우 남북관계는 수십년 전 냉전시대의 첨예한 대립 상황으로 후퇴할 위험성이 있다.

 이제 공단은 남측 인원도, 북측 근로자도 한 사람 없이 소수의 북한 경비인력만 남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이런 모습이 장기화돼선 안 된다. 북한 당국이 하루빨리 공단 정상화를 위해 북측 근로자들을 복귀시켜야 한다. 정부도 공단 정상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공단이 다시 가동할 수 있으려면 북한이 다시는 대남 압박용 볼모로 삼는 일이 없을 것임을 보장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로 대남, 대외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대결적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말로 남북한 신뢰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 대치 국면은 신뢰 구축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하루속히 남북 당국이 마주 앉아 공단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 대화하고 이를 통해 남북 간 신뢰 구축의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