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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 본토 핵공격 능력 상실해 아시아 패권에 차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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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체제의 위협이 거셌던 지난 13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베이징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뒤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북한) 위협이 사라진다면 미국에도 강화된 방어자세를 갖춰야 할 긴급성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해외 언론은 이를 미국이 서태평양에서 강화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망(MD)을 축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이 MD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 미국이 카드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MD에 왜 민감한 것일까.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 MD의 의미를 추정하려면 가상 장면이 필요하다.

머지않은 미래. 일본과 중국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군사적 충돌을 일으켰다. 미국은 일본을 지원했다. 미 해군 7함대가 동중국해에 집결해 중국을 압박했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흐르던 어느 날 새벽, 중국은 미군에 수십 발의 정밀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른 군사력으론 미국의 상대가 안 돼 빼든 비장의 무기다. 명중하면 서태평양의 미 군사력은 근거지를 잃고 추가 군사력 배치도 차단된다. 그러나 미사일이 요격되면 중국 군사력은 미국 앞에서 무기력해지게 된다.

미사일 발사는 즉각 우주 궤도의 정밀추적위성에 잡혔고 2분 뒤 일본 규슈에 있는 미군의 TPY-2 전진배치 레이더에 포착됐다. 동해의 이지스함 레이더와 일본의 FPS-5 3차원 방공 경보 레이더에도 속속 포착됐다. 정보는 모두 미국의 사령부 격인 지휘통제전투통신(C2BM)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탄도의 정확한 궤도와 탄착 위치가 계산됐다. DF-15B의 목표는 평택 미군기지, DF-21C는 괌의 미군기지, 신형 DF-21D ASBM(항모공격 탄도미사일)은 서태평양의 항모 두 척 이다.

C2BM에서 요격 지시가 떨어졌다. 동중국해 북부, 동해, 먼 서태평양에 4척씩 배치돼 있는 미 해군과 자위대 소속의 12척 이지스함에서 SM-3 블록-2 요격 미사일이 수발씩 연속 발사됐다. 1차 요격이다. 몇 분 뒤 500㎞ 상공에서 괌과 항모로 향하던 미사일 몇 발이 요격됐다. 그러나 몇 개는 방어망을 뚫었다. 2단계로 항모 전단의 이지스함에서 SM-3 블록-1 미사일이 발사됐다. 살아 남은 미사일을 향해 괌의 미군기지에서 종말단계 고고도 요격미사일(THAAD)이 발사됐다. 항공모함 공격 미사일은 처리됐다. 그러나 한 발은 여전히 괌으로 날아온다. 마지막 종말 단계에서 PAC-3 미사일이 발사됐다. 상황 종료. 걸린 시간은 15분. 그 15분 사이에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차이는 만천하에 드러났다. 창은 아직 방패를 뚫지 못한다.

이런 시나리오는 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에 끔찍한 악몽이다. 경제가 아무리 커져도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대국의 꿈은 멀어진다. 군 관계자는 “그래서 지금 중국은 군사적으로 팽창 정책을 펴고 있다”며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핀에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고 베트남과도 손을 잡는 등 포위 정책을 편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노골적 불화를 피하기 위해 서태평양의 군사력 배치는 조심해 왔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위협이 구실을 제공했다. 미국은 중국 때문에 망설여왔던 THAAD를 괌에 배치하고 SBX해상 레이더를 전진 배치했다. 지상 이동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THAAD는 세계 최대 이동형 X 밴드 레이더인 TPY-2의 지원 아래 40~150㎞ 고도에서 반경 200㎞ 정도의 범위를 방어한다. SBX해상 레이더는 야구공 크기의 표적을 5000㎞ 거리에서도 추적이 가능하다. 이 장비들은 북한 미사일 방어가 1차 목표지만 방향만 살짝 바꾸면 중국 미사일도 방어한다.

이런 상황은 중국을 자극할 만하다. 중국이 미국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ICBM은 DF-5, DF-31 미사일 약 40기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 요격 임무는 현재 지상배치요격미사일(GBI)이 주로 맡지만 이 임무에는 SM-3 블록-2가 개발 완료될 경우 투입될 예정이다. 고도 500~1000㎞ 우주에서 요격한다. 사정거리 300~900㎞의 DF-11, DF-15 미사일은 600여 기. 이들은 THAAD와 이지스함의 SM-3 블록-1 요격 미사일로 대응한다. 미군에 가장 공포의 대상은 DF-21이다. 사거리 2000~3000㎞인데 일본, 괌의 미군기지가 대상이다. 특히 항공모함을 요격할 수 있게 개발된 DF-21D ASBM은 우주로 치솟았다가 내리꽂히면서 항모를 추적해 공격하는 ‘중국의 독보적’ 정밀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마저 요격된다면 중국의 견제력은 허물어진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신범철 북한군사연구실장은 “강대국의 핵 경쟁은 한쪽이 선제 공격해도 여기서 살아남는 미사일로 역공하면 결국 둘 다 멸망한다는 상호확증파괴(MAD)의 공포 때문에 균형을 잡는다”며 “그런데 미국 MD가 중국 미사일을 다 요격한다면 균형은 깨지고 중국은 절대적 핵 열세에 놓이게 되니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런 반대를 의식해 지금까지 일본에만 MD를 전진배치했다. TPY-2 레이더 두기를 배치해 1차로 북한 미사일을 감시하고 이어 중국도 감시한다. 그런데 이 레이더의 추적 거리는 1200~2400㎞ 정도여서 중국 내륙 깊은 곳은 감시하기 어렵다. 그래도 미국은 감시망을 강화하진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 미사일들은 미국의 감시 공백 속에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북한 사태로 탐지·추적 거리 5000㎞인 해상배치 SBX레이더가 서태평양에 진입하면서 거의 중국 전체가 미국 감시망에 들어간 것이다. 게다가 THAAD를 괌에 고정 배치해 북한 미사일 때문에 중국 미사일도 정밀 요격 범위에 들어가게 됐다.

한국에 미국의 MD는 없다. 충청권에 있는 한국군의 그린파인 레이더 두 기와 주한 미 공군기지를 방어하는 패트리엇 미사일만 있다. 탐지거리 1000㎞ 미만인 이스라엘제 그린파인은 서로 비스듬히 배치돼 북한의 서쪽 동창리부터 동쪽 무수단리까지를 교차 감시한다.

그런데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미국이 한국에 TPY-2를 배치하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중국 ICBM은 더 강력한 정밀 감시 아래 놓이게 된다. 발사 시 알래스카와 하와이에 배치된 기존 조기경보 레이더로 확인하는 것보다 적어도 10분 앞선다. 미사일 속도에서 10분은 황금 같은 시간이다. 그 정도 시간이 추가되면 기존의 ‘알래스카에 배치된 GBI미사일 요격’에 ‘태평양에 배치된 이지스함의 SM-3 블록2 미사일로 중간 요격’이란 기회가 추가된다. 요격 기회가 늘어나 미국은 더 안전해지고 중국의 핵 능력은 약화된다. 무력화될 수도 있다. KIDA의 신 박사는 “미사일이나 MD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국은 그래서 서태평양 MD 배치, 한국의 MD 가입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군 장성도 “중국은 미 군사력에 대해 반근접·접근거부(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을 펴는데 중국에 가까이 다가오는 MD는 중국 방어시스템을 약화시켜 A2AD 전략에 구멍을 내는 것이라 거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MD는 러시아와의 핵 균형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이란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시작됐다. ICBM을 요격하는 GBI 미사일이 30기여서 ‘600기 정도의 탄도탄을 보유한 러시아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는 설명에 러시아는 수긍한다. 일본은 미국의 MD에 깊숙이 참여해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블록-2 요격 미사일도 공동 개발한다. 한국은 그러나 MD와는 구별된 한국형 미사일방어시스템(KAMD)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안성규 기자, 김병기 객원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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