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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개성공단 정상화 불씨는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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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어제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측 근로자 176명 전원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전날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하면서 예고한 ‘중대한 조치’가 결국 잔류 근로자 전원 철수로 귀결된 것이다. 북측 근로자에 이어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우리 측 근로자까지 모두 철수할 경우 개성공단은 사실상 문을 닫게 된다고 볼 때 정부의 조치는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강수(强手)’다. 남북 교류와 협력의 마지막 보루이자 상징인 개성공단이 가동 10년 만에 사실상 폐쇄 국면으로 가는 수순 밟기에 들어선 것은 남북한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남측의 대화 제의에 북측이 응해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가 논의되기를 기대했지만 어제 북한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부는 그제 북측에 실무회담을 제의하면서 응답 시한을 어제 정오로 못박는 등 일종의 최후통첩성 제안을 했다. 예상한 대로 북한은 어제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반하장(賊反荷杖)식 역공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어 근로자 전원 철수라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측의 일방적인 출입제한 조치로 조업이 중단된 지 18일 만에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국면을 맞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 북한은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들어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를 내린 데 이어 북측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켰다. 게다가 잔류한 우리 근로자들에 대한 식자재와 의약품 공급까지 막는 비인도적 처사를 보였다. 더 이상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들의 안전과 건강까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국민 보호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어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성명에서 밝힌 대로 북한은 근로자들의 무사귀환과 입주기업들의 재산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도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보듯이 개성공단도 일단 폐쇄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어떻게 해서든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정부는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전력과 용수의 공급 중단 조치 등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공장 시설 몰수 같은 불법적 조치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서로 피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개성공단이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상황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긴 곤란할 것이다. 북한이 문제 삼아온 한·미 독수리연습도 다음주면 끝난다. 정부는 물밑접촉을 통해서라도 개성공단 정상화의 불씨만큼은 꼭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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