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다가만 「타이틀·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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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번에는 진짜로 승부를 가리겠다』고 호언하던 17일의 천규덕-장영철의 「프로·레슬링」경기가 단19분만에 싱겁게 끝나 다시 한번 「프로·레슬링」이 「쇼」라는 것을 입증해주었다.
○…천-장의 대전은 국내 「프로·레슬링」의 통합을 위해 협회가 2개월전부터 주선해왔던 것. 그러나 두 선수는 통합이라는 대원칙에 찬성의 뜻은 표시했으면서도 『누가 이기고 지느냐』는 사전타협에도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할 수없이 협회는 각본 없는 경기를 진행시킨 것인데 이날「링」위에서 계속 도망하는 천을 견제, 채점제라는 국제「틀」에 없는 새로운 규정을 임기웅변으로 적용시키자 천의 기권으로「게임」은 19분 동안에 서로 한차례 치고 받았을 뿐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끝나고 말았다.
○…무술경관이 「링」을 둘러싼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된 이날경기는 흥분한 관중들이 아우성, 장내는 한때 소란스러웠는데 이 통에 큰 망신을 당한 것은 협회측. 목적했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물론 「프로·레슬링」이 각본에 의하지 않고도 될 수 있다는 그들의 망상이 여지없이 깨어지고만 결과. 「프로·레슬링」이 싸움라면 별문제지만 흥미본위의 경기라 치면 관중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좀더 「게임」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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